“하영 기다렸지 우리 똘 안아보자”…4.3 희생자 父, AI로 만나 ‘오열’

76주년 맞이한 제주 4.3사건
김옥자 할머니의 사연 소개돼
돌아가신 아버지 AI로 만나 ‘오열’
  • 등록 2024-04-03 오후 5:02:51

    수정 2024-04-03 오후 5:02:51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아버지 집에 가서 소여물 먹이고 금방 돌아올게”
76년 전 4.3 사건 당시 희생된 김병주 씨의 딸 김옥자 할머니.(사진=유튜브 ‘빛나는제주TV’ 캡처)
제주 4.3 사건 희생자 가족인 김옥자(81) 할머니는 1848년 초겨울의 어느 날 이 한마디를 남기고 간 아버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당시 어린 나이였던 할머니는 80세가 넘어서야 AI(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아버지의 모습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3일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려 퍼지며 시작된 ‘제76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는 김옥자 할머니의 사연이 전해졌다.

제주4.3평화공원에 마련된 추념식 무대에 오른 김 할머니 손녀 한은빈(17)양은 “할머니는 새해 달력을 걸 때면 제일 먼저 할머니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을 찾아본다. 아직 죽음의 의미를 잘 모르는 저도 홀로 남겨진 딸 자식이 돼 어두운 그늘 속에서 제사를 지내야 하는 할머니가 누구보다 애처롭다는 생각을 거두지 못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 양이 밝힌 김 할머니의 사연은 이랬다. 김 할머니가 5살이었던 1948년 초겨울 4.3사건 소개령이 내려진 이후 살던 곳을 뒤로하고 화북리 곤을동 마을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며칠 뒤 본래 살던 집에 남겨두고 온 소에 여물을 먹이기 위해 길을 나선 아버지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이후 발견된 주검은 돌로 심하게 머리가 훼손된 모습이었다.

가족의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 달 후 어머니마저 화북천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김 할머니의 남동생도 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혼자 남겨진 할머니는 막내 고모 밑에서 살다 15살 때 육지로 가 공장 여공과 채소장사, 식모살이 등을 이어가며 힘겹게 삶을 이어가다 다시 제주도 돌아왔다.

이날 영상을 통해 비춘 김 할머니는 너무 어린 나이에 헤어졌던 아버지였기에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오열했고 추념식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한 양은 “할머니의 가장 큰 슬픔은 이제 얼굴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망각”이라며 “저희 할머니의 시간은 여전히 ‘다섯살 옥자’에 머물고 있지만 그리움에 사무친 아버지 얼굴은 그 시간 속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할머니의 친족들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천 장의 인물 사진을 대조, AI 기술을 통해 김 할머니의 아버지 고(故) 김병주 씨의 젊었을 적 모습이 복원됐다.

영상에서 하얀 도포를 입은 모습으로 “옥자야, 아버지여. 하영 기다렸지? 이래 오라. 우리 똘 얼마나 커신지 아버지가 한 번 안아 보게”라며 두 팔을 벌렸다. 이 모습을 본 김 할머니는 손녀의 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AI로 복원된 김옥자 할머니의 아버지 고(故) 김병주 씨의 모습.(사진=유튜브 ‘빛나는제주TV’ 캡처)
한편 이날 추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부는 4·3 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를 빈틈없이 마무리해 미진했던 부분도 한층 더 보완해 나가겠다”며 “생존 희생자·유가족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트라우마치유센터 설립·운영에 더욱 힘쓰고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도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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