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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불길한 예감은 늘 빗나가는 법이 없다고 했던가. 소설가 공지영씨가 `21세기 최고의 배신 드라마`라고 지목한 그 때 그 장면. 지난 7월25일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 시작을 기다리며 함께 환하게 웃고 있었다. 권력기관 개혁의 선봉장인 조 수석과 `강골 칼잡이`로 불린 윤 총장은 불과 한달 여 앞에 불어닥칠 일을 예견하고 있었을까. 둘은 몰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 한 순간 이미 비극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달 27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조국 파문은 공소시효 만료(사문서 위조 혐의) 등 갖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제도 자체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검찰의 명백한 신호는 비단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수사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운운하며 검찰 지휘권·인사권을 갖는 장관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향해서도 거리낌없이 공개 항명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급기야 인사청문회 종료 직전인 지난 6일 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소환조사 없는 기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래도 임명을 하겠느냐`는 사실상 검찰의 마지막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검찰의 지위다. 준사법적 기관인 검찰, 그 사무를 담당·집행하는 검사를 통괄하는 자리가 검찰총장이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찰 사무를 집행하며 범죄 수사와 공소의 제기 ·유지가 주요 직무다.
이번엔 달랐다. `검찰이 권력의 사냥개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는 비아냥은 최소한 조국 파문에 있어서는 반대로 변주됐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을 건드리는 자를 향해서는 `살아있는 권력`이라 한들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조 장관이 아닌 누구라도 `조직에 충성한다`는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는 것은 검찰의 의무다. 단 사법적 단죄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고 정치적 단죄는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임명된 권력이 심판자를 자처하면서 선출된 권력을 좌우하려는 오버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