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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주식시장이 연일 ‘허니문 랠리’를 벌이는 와중에 채권시장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에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은 악화된 투자심리에 박스권 장세를 반복하고 있다. 시장 인사들은 “아무리 둘러봐도 악재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채권시장 ‘찬밥 신세’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전 날인 지난 8일 2.242%에서 10거래일 이후인 23일 2.249%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채권가격이 하락(채권시장 약세)한다는 의미다. 시장 참가자들이 채권을 사는 것보다 파는 분위기가 더 우위에 있었다는 얘기다.
이날 시장도 약세 흐름이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2.0bp 오른 2.269%를 나타냈고, 3년물 금리는 1.5bp 상승한 1.69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도 코스피지수가 5.6포인트(0.24%) 오른 2317.3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내년 코스피 적정 상단은 2800”(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서울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이처럼 취약해진 것은 이유가 있다. 가장 첫 손에 꼽히는 게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재정보다 통화정책이 보다 유효하다는 것이 이제까지 고전적인 관점이었다”면서 “지금처럼 저금리 저물가 상황에서는 통화와 재정이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특히 재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가능한 범위에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올해로 국한된 얘기다. 내년 이후는 그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게 시장의 인식이다.
국채는 한 해 발행 물량이 정해져 있다. 적자국채가 발행된다는 것은 당초 예정에 없던 물량이 나온다는 의미다. 채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추후 금리 더 오를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닫아버렸다는 점도 채권시장에 부담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채권 공급은 늘어나는데 통화정책마저 긴축적으로 가면 더 악재”라고 했다. 과거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가 정책적으로 함께 움직일 경우 공급 확대를 금리 인하로 상쇄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한은의 기준금리 방향은 상승 쪽을 향하고 있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이다.
오는 25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첫 한은 금통위도 보기에 따라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시장금리는 당분간 상승 흐름을 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