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재단 前 임원 “최순실이 회장, 청와대 전방위 지원”(종합)

이한선 미르 이사·정현식 K스포츠 사무총장 법정 증언
李·鄭 "재단 회장은 崔…사업방향 결정 및 인사권 행사"
李 “미르, 崔 개인회사에 재단자금 1억4000만원 집행”
정부설립 K스포츠, 崔 개인회사 더블루K와 '한몸' 운영
  • 등록 2017-01-20 오후 6:41:32

    수정 2017-01-20 오후 6:41:32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최순실(61)씨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사유화를 시도하고 청와대가 재단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는 두 재단 전직 임원들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이한선 전 미르재단 이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차은택씨와 함께 최씨를 테스타로사 카페에서 만나서 미르재단 관련 회의를 했다”며 “최씨가 재단 운영이나 정책 방향을 잡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회의에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전병석 플레이그라운드 사내이사도 함께 참석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전 이사는 “재단에 들어가기 전부터 차은택씨가 최씨를 ‘센분’, ‘회장님’이라고 불러서 최씨가 재단 회장인 줄 알았다”며 “재단 사업에 자문한 정도가 아니라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업 전반적인 내용을 챙겼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 상임이사가 되고 작년 1월쯤 청와대에 들어가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만났고, 안 전 수석이 ‘정부와 미르의 방향이 같으니 애로 사항을 말하면 돕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청와대가 주도하는 사업을 미르가 실행한 것인지’에 대해 “미르가 주도한 사업을 청와대가 도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미르재단이 추진한 주요 사업은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페랑디 분교 국내유치 사업 △빈민국 아동 영양식을 개발하는 케이밀 사업 △한류 확산을 위한 케이타워 사업 등이다.

이 전 이사는 “에콜페랑디 분교 부지를 찾으려고 차씨의 지시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을 찾아가 협의했지만 장소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이후 안 전 수석에게 전화로 부탁해서 부지를 소개받았으나 임대료가 비싸서 무산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르재단이 케이밀 사업을 추진하는 중에 청와대에서 ‘케이밀 사업을 대통령 아프리카 순방 프로그램에 포함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재단이 요청하지 않았는데 청와대에서 먼저 이같은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케이밀 사업은 나중에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치적으로 둔갑했다.

이밖에도 이 전 이사는 “케이타워 사업은 이란에 한류 콘텐츠를 확산하는 내용인데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 대통령의 이란 순방 프로그램에 넣겠다며 회의에 참석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재단 사업이 대통령 순방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것을 보고서 최씨가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미르재단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그는 “최씨가 작년 1월에 플레이그라운드가 미르재단의 일을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며 “이후 계약을 맺고서 용역을 줬다”고 말했다. 미르재단은 플레이그라운드에 용역 7건을 발주하고 1억3860만원을 집행한다. 플레이그라운드는 검찰 조사 결과 최씨 개인 회사로 드러났다.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돈을 최씨 개인 회사의 실적을 위해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뒤이어 증인으로 나온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도 “최씨는 재단에서 회장님으로 불렸고, 업무 전반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며 이 전 이사와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최씨의 면접을 보고 재단에 들어갔다”며 재단 임직원 인사권은 최씨가 행사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K스포츠재단을 적극 지원했다고도 했다. 그는 입사 직후인 지난해 1월 처음 만난 안 전 수석이 “VIP(박 대통령)가 관심있는 사업이니 잘 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또 재단이 추진하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체육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안 전 수석이 지난해 4월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연락을 해서 논의하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안 전 수석과 함께 대기업에 지원을 요청한 사실도 털어놨다. 정 전 사무총장은 “안 전 수석과 함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만나 경기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에 드는 비용 70억~80억원을 요청했다”며 “이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조건을 달아서 이렇게도 세무조사가 무마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그런 조건을 달면 받을 필요 없다”며 부영은 포기하고 롯데를 찾아가라고 정 전 사무총장에게 지시했다. 이후 재단은 롯데에서 70억원을 지원받았다. 정 전 사무총장은 나중에 이 돈을 반환한 데 대해 “안 전 수석이 정동춘 이사장에게 반환을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롯데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정부 주도로 설립했다는 K스포츠재단이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한 몸으로 움직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최씨가 회의에서 더블루K가 K스포츠 재단에서 일감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K스포츠 재단 임원 자격으로 작년 3월 안 전 수석과 함께 스위스 누슬리사(社) 관계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더블루K가 누슬리와 손잡고 스포츠 사업을 벌여 이익을 챙기려고 한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그는 “당시 누슬리가 더블루K를 믿게 하려고 청와대 수석과 K스포츠재단이 밀어주는 척 쇼를 한 것으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증언 말미에 “주변에서 이번 사건으로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나와 말을 하면 신변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고 듣고 놀랐다”며 재판부에 “앞으로 닥칠지 모르니 대책을 고려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순실씨가 20일 오전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고자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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