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 발인 날… “면목없다” 고개 숙인 친모

  • 등록 2022-08-24 오후 6:55:39

    수정 2022-08-24 오후 6:55:39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보육원을 나와 홀로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자립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새내기 대학생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친어머니가 함께했다.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24일 광주 북구와 광산경찰서, 보육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광주 영락공원에서는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A(18)군의 화장식과 장례미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A군의 대학 친구들과 교수, 보육원 동생들과 친모 등이 참석했다.

당초 북구는 보호시설에 등록된 A군의 장례 절차를 지원키로 했지만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A군의 가족으로부터 별도의 장례식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이에 보호시설 관계자들이 직접 A군의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 뒤 영락공원에 안치할 예정이었다.

다만 A군의 친모가 발인 하루 전 유골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화장식과 천주교식 미사 등에 참석했다. A군의 아버지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경기도에 살고 있던 친모는 아들의 사망 소식에 새벽 광주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화장장 상주 명에 이름을 올린 친모는 보육원 관계자에게 “면목이 없다”라며 고개를 숙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어릴 적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보육원에 맡겨졌다. 이후 그의 거처는 경기 등 3~4곳의 보호시설을 전전하다 고등학교 진학 후 광주 보호시설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보호 아동은 18세가 되면 자립 수준과 무관하게 아동 양육시설을 퇴소해야 했기에 A군은 ‘만 24세까지 기존 시설에 계속 머무르겠다’고 신청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보호 아동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최대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던 중 A군은 지난 21일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교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A군이 지난 18일 스스로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A군의 기숙사 방에서는 마시지 않은 음독물과 소주,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A군이 보육원을 나올 때 받은 자립 지원금 700만원은 대부분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A군이 금전 고민과 함께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연관성이 없으면 내사 종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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