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CD 담합' 43개월이나 조사한 후에 터트린 까닭

  • 등록 2016-02-18 오후 4:46:59

    수정 2016-02-18 오후 4:46:59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43개월 만에 시중은행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혐의를 적용하자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다. 공정위가 헛다리가 짚어 흐지부지됐다고 생각했던 사안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정권 차원의 정치적 사안도 아닌데 이례적으로 장기간 조사가 진행됐고 난데없이 선거를 앞두고 터트린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이번 담합 사건은 전·현 정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고 그 사이 공정위원장이 김동수·노대래·정재찬으로 바뀌었다. 이번 조사 기간은 보통 3년 정도 조사가 진행되는 다른 대형사건보다 길었다. 정치적 파장이 큰 4대강 사업 담합 등 국책대형사업 담합 조사와 비교될 정도다. 공정위 내부에서조차 “굉장히 길었던 조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측에서는 ‘결정적 증거’를 찾는데 까다로웠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윗선에서는 빨리 처리하길 원했지만 현장에서 심사관들이 정리하는데 이만큼 시간이 걸렸다”며 “담합 증거를 잡는 게 쉽지 않았고, 흩어진 증거를 실로 꿰는 작업도 꽤 걸렸다”고 전했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CD 금리 담합을 자진신고(리니언시) 하지 않다 보니 공정위가 담합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지적이다. 2012년 당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가 파악하기엔 은행과 증권사 모두 (리니언시가) 없다고 한다”고 확인했다. 다만, 공정위는 최근 리니언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 불가”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시중은행을 제재한 이후 제기될 소송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있다. 법원에서 패소하지 않기 위한 법리 전략까지 고려하다 보니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는 지난해 정유사·라면업체 담합 사건 등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라면업체 담합 사건에서 질 것이라고 생각 못 했다”며 “결국 (담합 사건은 법원 상대로) 입증하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2014년 당시 소비자들이 제기한 CD 담합 소송 패소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부과하지 않는 상황이다. “조사권이 없는 금융소비자들이 공정거래법 위반 입증을 하는 게 애초부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이모씨 등 3명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금융당국의 반발을 누를 ‘결정적 증거’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관계자는 “CD 금리 담합 사건은 정치적 실익보다는 금융권으로 조직 영향력을 높이려는 공정위의 ‘나와바리(영역)’ 개척이 본질”이라며 “시장경쟁 촉진, 소비자권리 확대 명분으로 관치금융, 보신주의를 도마에 올리는 일이라 금융위·금감원과의 물밑 알력다툼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2012년 이후 공정위는 재벌개혁보다는 금융 등 소비자 관련 서비스 분야로 조사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해 9월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국회 업무현황보고에서 “국민생활과 밀접한 서비스 시장 담합을 엄중 조치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어 10월에는 디지털 담합 조사를 강화하는 포렌식 교육장을 신설하는 등 조사기법을 가다듬어 왔다. 급기야 올해는 업무보고에서 ‘경제민주화’ 대신에 ‘소비자시장 경제 구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담합 사건을 다루는 선수급인 공정위가 내부적인 결론은 이미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발표 이후 금융당국의 신뢰도 타격 문제를 우려해 발표 시점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금융당국이 불쾌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는 본래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것 일뿐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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