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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연극연출가 오태석(78)이 2개월 째 잠적 중이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없는 가운데 오태석 연출이 이끄는 극단 목화가 해외 공연에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극단 목화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극단 목화는 오태석 연출 작품인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오는 4월 말과 5월 말 루마니아와 대만에서 공연한다. 루마니아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통해 항공료와 화물운반료를 지원받는다.
앞서 극단 목화는 지난 2월 오태석 연출의 ‘미투’ 의혹 이후 연극 ‘템페스트’의 페루 공연을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 아래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오태석 연출이 동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항공료와 화물운반료를 지원했다.
대만 공연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 없이 진행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대만 공연은 극단 목화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술경영지원센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공연이다”라고 말했다.
연극인들은 오태석 연출과 극단 목화가 입장 표명 없이 해외 공연을 강행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루마니아와 대만 공연 소식을 들은 피해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오태석 연출과 극단 목화는 고발과 현재 상황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해자들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하지만 이런 방식, 이런 빠른 시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일언반구의 사과 없이 해외 공연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분개했다.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성범죄자가 포함된 사업의 지원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극인들은 ‘미투’ 운동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투’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미투 운동이 사그라들고 있다’ ‘공연계가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 및 합의가 마련되기 전에는 ‘미투’ 운동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기저기서 숨죽이고 이 시간이 가기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제2의 오태석에게 ‘가해자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말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오태석 연출과 극단 목화의 추후 향방은 끊임없이 주시하고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