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 넘게 내렸지만…
UAE 측 발언내용이 알려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12.1% 내린 배럴당 108.70달러에 마감했다. 유세프 알오타이바 미 주재 UAE 대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UAE는 증산을 지지하며, OPEC에 추가 증산 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UAE는 50년여 동안 믿을 수 있고 책임감있는 석유 공급국이었다. 에너지시장 안정이 세계 경제에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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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사우디아라비아가 찬성할지도 불투명하다. OPEC+에서는 UAE와 사우디가 주요 생산량을 차지하는데, 가까운 동맹이었던 이들은 지난해 7월 생산량 정책 변화와 관련해 이견을 보이며 대치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만약 증산이 서방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혹은 축소를 돕는 것처럼 보일 경우 OPEC+ 내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 사우디는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정치화하는 모든 움직임을 비난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아직 이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OPEC+, 기존 증산계획도 못맞춰
만약 OPEC+가 추가 증산에 나설 경우 러시아의 하루 원유 수출량인 700만배럴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앞서 공개된 OPEC+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1억80만배럴로 추산됐으며 OPEC+ 공급량은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4890만배럴, 비OPEC+ 공급량은 4800만배럴로 예상됐다. OPEC+는 지난해 7월 이후 매월 하루 40만배럴을 추가 생산하기로 계획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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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가 추가 증산에 나선다면 대부분은 잉여 생산능력을 갖춘 UAE와 사우디에서 나올 수 있다. 알오타이바 주미 UAE 대사가 일단 증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사우디의 추가 증산을 원한다면 미국이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탈 마켓츠 이사는 “미국이 사우디의 협조를 원한다면 어떤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빈 살만 사우디 왕자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는 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거부했다.
한편 알오타이바 대사 발언은 UAE와 사우디 모두 태도가 바뀌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로버트 야거 미즈호증권 에너지 선물 부사장은 “UAE는 남아있는 저항국들 중 하나였다. UAE가 추가 증산을 이야기한다면 사우디도 같은 말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