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청와대에서는 깜짝 발표가 있었다. 27~28일 열리는 대통령과 기업인의 대화에 유일한 중견기업으로 오뚜기가 포함된 것. 사전에 어떤 얘기도 듣지 못한 오뚜기는 발칵 뒤집혔다.
사실 이번 대화에 참석하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나머지 14개 기업의 면면과 비교하면 오뚜기는 한참 뒤처진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오뚜기를 옵서버 자격으로 대화 참석을 요청한 건 그만큼 오뚜기가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에 뜻을 모아왔기 때문이다.
선대 회장이자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시작된 오뚜기의 47년 상생 경영의 역사는 아들인 함영준 회장으로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
함태호 명예회장은 1969년 국내 최초로 카레를 생산해 대중화시켰다. 1971년에는 토마토 케첩, 1972년에는 마요네즈를 국내 최초로 판매하는 등 국내 식품업계에 큰 획을 그었다. 2010년 아들 함영준 회장에서 오뚜기를 맡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해 9월 별세했다.
살아생전 함태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가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것이다. 함 명예호장은 시식사원 18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현재도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포함한 기간제 노동자는 전체 3099명의 직원 중 36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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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와대의 초청 역시 오뚜기의 고용 문화와 맞닿아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시작으로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프랜차이즈 갑질과 비정규직에 논란이 커지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오뚜기의 고용 행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며 “청와대 역시 이번 기업인과의 대화에 모범 사례로 특별히 오뚜기를 초청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청업체와의 상생 경영도 주목 받았다. 오뚜기는 현재 건면시장에서 판매 중인 모든 제품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고 있고, 참치캔 역시 지난해 초 직접 제조에서 OEM으로 바꿨다. 그만큼 하청업체들의 매출도 늘어나고 고용 능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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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회장 역시 아버지 함태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펼쳐왔다. 지난해 함 명예회장에게 오뚜기 주식을 상속 받으면서 낸 1500억원대 상속세가 대표적이다. 함 회장은 관련 법 조항에 따라 1500억원대의 상속세를 5년 간 납부하기로 했다.
함영준 회장의 상속세 납부는 올해 초 불거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편법 승계 논란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넘치는 ‘갓뚜기’ 미담만큼 점유율·주가↑
‘갓뚜기(신을 뜻하는 갓(God)과 오뚜기의 합성어)’로 불리는 오뚜기가 ‘착한 기업’ 이미지가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과 매출 증대 그리고 주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4일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지난 3월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25%이다. 1월 25.3% 보다는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해 23%, 2년 전인 2015년 20%보다 크게 늘었다. 2014~2015년 메이저리그 투수 류현진을 앞세워 대대적인 광고마케팅을 했을 때보다도 늘었다.
매출 역시 늘었다. 올해 1분기 오뚜기 매출은 53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억원 늘었다.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매출 증대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농심(004370)과 삼양식품(003230) 등 경쟁사의 가격 인상에도 가격을 동결했다.
주가 역시 올랐다. 정부가 오뚜기를 초청한다고 발표한 직후인 24일 오뚜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1% 급등한 주당 79만50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 때 주당 88만4000원까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