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예견된 일".. 투기지역 추가 지정에도 주택시장 '덤덤'

투기지역 추가 지정 다음날 표정
"지난주 현금 들고와 싹쓸이"
"이미 다 빠져나가 규제 효과 미미"
매물 줄어 집값 되레 오를까 우려하기도
  • 등록 2018-08-28 오후 4:42:07

    수정 2018-08-28 오후 4:42:07

[이데일리 김기덕 경계영 기자] (투기지역 지정 이전과)별반 달라지는 게 없는데 굳이 신경쓸 필요 있나요? 오히려 집주인이 물건을 전부 거둬들여 매물 자체가 더욱 귀해질 판입니다.” (서울 종로구 홍파동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입지가 좋아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방증 아닌가요. 이미 학습효과로 규제가 강해질수록 되레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C 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를 부동산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다음날인 28일. 이날부터 이들 주택시장은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규제가 즉각 가해졌지만, 대부분 중개업소는 하루 종일 조용하기만 했다. 간간이 대출이나 세제 변화 등을 묻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에 이내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됐던 자치구가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됐고, 이들 지역은 이미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돼 있어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심리적 압박은 거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투기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에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 등 투기 수요가 원천 차단되고,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매물 잠금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매물 희소성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경 안써요”… 투기지역 덤덤

이번에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동작·동대문·종로·중구 등은 기존 11개구(강남4구·마포·용산·성동·양천·영등포·강서·노원구)와 같이 주택담보대출이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되고, 2건 이상 대출이 있는 경우 만기 연장이 제한된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예견된 일”이라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종로구와 중구는 상업업무지구가 많고, 아파트 비율이 높지 않아 거래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종로구 교남동 S공인 관계자는 “강북권에서 최초 30평대(전용면적 84㎡)가 10억원을 넘어서면서 주목받은 ‘경희궁자이’ 외에는 올 들어 분양한 단지도 없는 데다 기존 아파트 거래도 한 달에 한 건도 체결하기 힘든 상황인데 정부는 수요자 옥죄기만 하고 있다”며 “최근 이 아파트 전용 59㎡형(옛 24평)도 12억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지만, 이것도 5개월 만에 이뤄진 첫 매매계약”이라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추가 대책을 예상하고 이미 빠져나갈 사람은 다 나간 상황이라 규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H공인중개사는 “지난 주말에만 십수명이 와서 언덕배기에 있어 인기가 없던 극동아파트까지 다 사갔다”며 “7억~8억원을 현금으로 준비해오는데 대출 조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대문구 전농동의 K공인중개업소는 “(이번 조치는)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기보다 이 지역에 더 관심 두라고 불 붙이는 셈”이라며 “이 일대 30평대 매물은 지난해만 해도 7억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엔 10억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도 그보다 더 오를 것이라면서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매물 잠금 현상 더욱 심해질 듯…공급 확대 등 근본 대책 필요

다만 이번에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지역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층 강화된 청약과 대출, 세제, 제건축과 관련한 20여개 규제를 한꺼번에 적용받아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와 하남시는 당장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0%로 낮아지는 데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및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로 재건축과 재개발 시장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청약시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가 적용되고, 3억원 이상 주택 매입 시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가 적지 않게 있고 올 연말까지 아직 분양 물량이 남아 있는 광명·하남시 등은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 안양시 동안구, 광교신도시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양도소득세 중과(2주택자 10%포인트·3주택자 20%포인트 추가 과세), 비과세 요건 강화(1가구 1주택 2년 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 등의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구리시 인창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주 중개업소마다 하루에 4~5건씩 매매가 성사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해 이미 매물이 바닥난 데다 이번 규제 강화로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에 걸려 앞으로 매매 거래는 뚝 끊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이후 과열 진원지로 꼽히던 서울과 일부 경기도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주택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연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투기지역 추가 지정, 재건축 연한 강화(30년→ 40년), 양도세 비과세 요건 확대(2년→ 3년)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당장 시장 겁주기 식으로 추가 규제를 내놓으면 주택시장이 잠깐 주춤할 수 있지만, 오히려 매물 품귀현상 심화로 집값이 더 뛸 수 있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수요가 몰리는 곳에 공급이 빨리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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