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돌고 돌아 제자리 찾은 1조원대 '천궁' 사업

  • 등록 2018-01-22 오후 5:18:29

    수정 2018-01-22 오후 6:37: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M-SAM) 사업 중단·축소 논란이 일단락됐다. 정상적으로 추진되던 사업이 국방장관 말 한 마디에 중단됐다가, 다시 장관의 결정으로 원상 복구된 모양새다.

1390여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천궁 블록-Ⅱ 사업은 지난 2009년 장기 신규 소요결정 이후 관련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돼 왔다. 지난 해 ‘전투용적합’ 판정까지 받아 참여 업체는 양산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양산 규모는 2022년까지 7개 포대 분 200여발 이다. 관련 예산은 총 9771억 원이다. 업체들은 정부의 한국형 3축 체계 조기 구축 계획에 따라 선투자를 통해 양산 일정을 앞당겼다. 공군은 천궁 포대 운용계획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송 장관은 ‘방어자산보다 공격자산이 시급하다’며 돌연 사업의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11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 재개가 결정됐다. 그러나 송 장관은 의결 내용에 양산 이후 물량을 조정하는 수정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례적인 조항을 추가했다.

또 다시 비판이 일자 천궁 사업은 ‘소요 조사 후 계약 체결’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사실상 소요를 재판단해 조정된 물량으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장관 지시에 따라 합참 관련 부서는 천궁 사업을 재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KAMD 중 최하층을 방어하는 천궁 무기체계는 다기능레이더(왼쪽부터), 발사대 및 유도탄, 교전 통제소 등으로 구성된다. [사진=국방과학연구소]
보통 전력증강사업은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의 합동전략실무회의와 합동전략회의를 거쳐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이 참석하는 합동참모회의에서 결정된다. 이후 국방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보고돼 의결되면 해당 사업이 진행되는 구조다.

하지만 합참은 장관의 이번 천궁 블록-Ⅱ 사업 재검토 지시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면서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있었다. 합참은 16일 합동전략실무회의를 하고 17일 합동전략회의 이후 22일 합동참모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들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천궁 블록-Ⅱ 사업은 최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주에 관련 여러 회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장관께서 최근 관련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부서의 누가 회의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합참의 합동회의들이 열리지 않았는데도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데 대해 국방부는 “소요 재검토 결과, 당초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소요 수정시에 요구되는 합동참모회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결국 장관 판단에 따라 결정됐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현재 ‘공세적 신(新) 작전수행’ 개념을 수립하고 있다. 국방장관이 전략 변화에 따라 관련 사업들을 재검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8년여 동안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전략 개념에만 의존해 제동을 건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 과정도 없는 사업 재검토 지시에 군 안팎에선 절차적 정당성 문제까지 거론한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위원회는 국방장관과 군의 독단적 결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전체 23명 중 15명이 군 내부 인사다. 나머지가 국회 국방위 추천위원, 방사청 추천위원, 3개 유관부처 소속 고위공무원 등이다. 위원회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표결은 기명이다. 타 부처 공무원들은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구색은 갖췄지만, 장관의 의도대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번 천궁 블록-Ⅱ 사업이 돌고 돌아 제자리에 왔지만, 이 과정에서 공군과 방위사업청, 17개 관련 업체, 합동참모본부 등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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