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기름값 2배 폭등" 불만 폭주…미 비축유 결단 먹힐까

폭등하는 휘발유 가격에 미국 내 불만 폭발
바이든, 사상 첫 국제공조 통한 비축유 방출
한국, 일본, 영국, 인도 외 중국도 끌어들여
일각서 미봉책 지적…"OPEC+ 없이는 한계"
바이든의 초강수 첫날, WTI 외려 2.3% 올라
  • 등록 2021-11-24 오후 5:59:58

    수정 2021-11-24 오후 8:12:48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주유소에 보통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99달러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기자가 살고 있는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는 23일(현지시간) 현재 갤런당(1갤런=3.785리터) 3.452달러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역 평균은 3.403달러인데, 이보다 약간 비싸다.

기자가 주로 타는 준중형 SUV에 기름이 거의 떨어질 때쯤 가득 주유하면 통상 13갤런 남짓이다. 다소 저렴한 단골 주유소(현재 개런당 3.39달러)를 가면 45달러 가까이 나온다. 이를 보고 한숨이 나오는 건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1년 전 뉴저지주의 휘발유 가격은 2.212달러였다. 싼 곳은 25달러면 기름을 채울 수 있었다. 1년 사이 약 20달러, 한국 돈으로 2만5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른 것이다.

미국은 자동차가 곧 발인 나라다. 대중교통비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데다 대부분 교외에 살아 마트를 가려 해도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름값 폭등이 곧바로 생활물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나마 뉴저지주는 나은 편이다. 캘리포니아주 모노카운티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491달러에 달한다.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사립대 교수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라며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불만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폭등”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비축유(SPR) 5000만배럴을 방출하기로 전격 결정한 건 이처럼 폭발하는 불만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더 나아가 한국, 일본, 영국, 인도, 여기에 중국까지 끌어들여 사상 첫 SPR 방출 국제 공조에 나선 건 그가 에너지발(發)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 방증한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기름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과 논의했다”며 “이번 국제 공조는 공급난에 따른 유가 상승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풀릴 SPR 규모는 모두 더해 6500만~7000만배럴로 추정된다고 RBC 캐피털 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수석상품전략가는 분석했다.

미국이 주요 석유 소비국들과 조율해 SPR을 푼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사회가 SPR을 함께 내보낸 건 △1991년 걸프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1년 리비아 내전 등 세 차례였다. 전쟁 혹은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주도로 이뤄졌다. 이번처럼 미국 주도로 자율적인 공조가 이뤄진 건 전례가 없다. 특히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는 중국까지 협조를 구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맞닥뜨린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는 탓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상 그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까지 떨어졌다. 내년 중간선거 판세가 녹록지 않은 만큼 인플레이션 잡기, 무엇보다 기름값 안정이 국정의 최우선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름값 폭등은 저소득층일수록 피해가 크다는 특징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리나 칸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정제유 가격과 휘발유 소비자 판매가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들어, 정유 회사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이 기름값을 인위적으로 높여 불법 이익을 취하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휘발유 도소매 가격 차이가 예전과 비슷했다면 최소 갤런당 25센트는 덜 내야 한다”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초강수가 먹혀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할 경우 세계 각국 역시 그 혜택을 볼 수 있다. 전세계가 미국이 이끄는 ‘고유가와의 전쟁’을 주목하는 이유다.

美 초강수에도…유가안정 미지수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단기 비상 조치로 기름값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있다. 장기화하는 공급망 붕괴 속에 원유 공급 자체가 부족한 와중에 연말 연휴 시즌으로 갈수록 수요는 늘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탓이다. 역대급 유동성이 원유시장에 들어와 유가를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원유 공급의 키를 쥔 주요 산유국들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 SPR 방출은 한계가 불가피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근래 몇 달간 이어진 미국의 추가 증산 압박을 대놓고 거절했다. 이에 더해 SPR 방출을 무력화하고자 증산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OPEC+는 현재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하고 있는데, 이를 줄이면 유가는 더 치솟을 수 있다.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롭 하워스 선임전략가는 “이번 다국적 SPR 협력으로 유가가 최근 저점 아래로 떨어지면 OPEC+가 (생산을 줄이는 식으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 국제유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3% 오른 배럴당 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원유시장은 추후 유가 전망도 우상향 추세에 더 무게를 두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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