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풀리즘에 휩싸인 유럽‥나라 곳간문 열리나

'하나의 유럽' 모순 드러낸 유럽의회 선거
佛·英 등 극우정당 1위…유럽의회 4분의 1가량 차지
경기침체되도 GDP '3%·60%룰' 걸려 재정정책 어려워
이탈리아 살바니 부총리 "EU규칙 파기하겠다" 엄포
  • 등록 2019-05-27 오후 7:24:34

    수정 2019-05-27 오후 7:24:34

△26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회의장에서 유럽의회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유럽이 조각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3~26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유럽정치를 이끌어왔던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는 크게 세력을 잃었고 반(反) 유럽연합과 반이민, 민족주의 등을 내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크게 약진했다. 향후 5년 간 유럽연합(EU)을 이끌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타낸 표심은 지난 60여년간 ‘하나 된 유럽’이라는 꿈 아래 감춰졌던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도 양대 정당의 몰락

[그래픽=유럽연합 홈페이지]
개표가 진행 중인 27일 제9대 유럽의회 정치그룹별 예상의석 수에 따르면 유럽의회 최대 파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과 중도좌파 성향의 유럽사회진보연맹(S&P)는 1979년 유럽의회 직접 선거가 시작된 이후 40년 만에 과반 점유율을 내주게 된다. EEP와 S&P는 전체 751석 가운데 각각 179석, 150석을 얻어 1, 2당 자리를 유지했지만 지난 2014년 선거보다는 의석수가 약 10%포인트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현재 유럽의회에서 반이민·반EU를 내세우는 세 그룹의 극우정치세력(ECR·EFDD·ENF)은 각각 56~58석을 획득해 현재 의석수 총합(154석)보다 늘어난 172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전체 의석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역대 유럽의회 선거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특히 이탈리아·프랑스·영국에서 이들 그룹의 약진이 돋보였다. 난민을 몰아내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이탈리아 극우성향 정당 ‘동맹’은 28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동맹과 연정을 이룬 ‘오성운동’ 역시 14석으로 3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의 EU 탈퇴를 외치는 ‘국민전선’(FN)이, 영국에서는 ‘노 딜 브렉시트’(합의없는 영국의 EU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브렉시트당’이 1위를 차지했다. 브렉시트당의 공약은 단 하나, ‘EU 탈출’이다.

그동안 강경한 난민 입국 금지 정책을 펼쳐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당도 헝가리에 배정된 21개 의석 중 13석을 획득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앞으로 난민 유입을 막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역시 간신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 연합(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이 1위를 수성했지만, 승패의 기준점이었던 30%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28%)이다. 여기에 연합정당의 한 축인 사회민주당(SPD) 득표율이 11%포인트나 폭락하면서 차기 연정 가능성도 흔들리고 있다. 반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예상 득표율은 10.5%로 5년 전 선거에 비해 3.4%포인트 늘어났다.

‘하나된 유럽’이 가능한가…시험대에 오른 EU

유럽의회가 다양한 정치세력으로 분열되면서 EU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EU는 하나의 유럽이라는 기조 아래 회원국 간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반EU·민족주의 세력은 각 국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작은 EU’를 지향한다.

대표적인 것이 회원국의 연간 재정적자 규모가 국민총생산(GDP)의 3%, 부채 비율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한 EU의 재정규약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여러 차례 “수백만명 이탈리아인들을 굶주리게 하는 EU의 제약들을 뛰어넘는 것이 내 의무”라면서 이 규약을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U가 싫어하더라도 실업률이 5%대로 낮아질 때까지 이탈리아는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펜 역시 EU 규약과는 별개로 공공지출을 확장해야 한다는 강경파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민정책 등을 별개로 보더라도 위기 시 쉽사리 대응할 수 없고 만성적인 경기침체에 빠지기 쉬운 유럽의 경제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기가 악화될 경우, 국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EU라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회원국은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GDP 대비 고정투자비율은 그리스가 13%, 이탈리아가 18%로, 이 두 국가를 제외한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인 23%를 훨씬 밑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960년대 지어진 고속철도의 고가다리가 무너져 40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경로가 막히자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육·해성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유럽에 영향력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또 하나의 유럽통합을 뒤흔드는 위협이 되고 있다.

물론 이번 선거에서는 반EU·민족주의 세력에 맞서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이 역시 늘어나고 있다.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DLE&R) 그룹은 현재 68석보다 43석 많은 107석을 차지하며 제3당이 됐다.

EPP와 S&P가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잃어버렸지만, 만약 ADLE&R과 손잡을 경우 이전과 같이 중도세력이 의회를 주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전보다 커진 분열주의 목소리는 향후 EU 정책 과정에서 강한 ‘불협화음’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포퓰리스트 정당은 러시아, 지역 원조, 이주민 분배 등 각종 사안에 있어 격렬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일 그룹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며 “극우 세력은 EU 시스템을 분열시키는 데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미래의 EU 예산과 법안에 대한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들어 유럽의회를 엉망진창인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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