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00만 시위 1주년…송환법 이어 국가보안법도 막을수 있을까

홍콩 정부, 작년 시위 88일만에 송환법 철회
국가보안법 반발 거세지만 경찰 강경수위 높여
캐리 람 "더 이상 혼란 용납 못해" 경고
홍콩 경찰 예산 24% 늘리고 집회 거듭 불허
  • 등록 2020-06-09 오후 5:19:40

    수정 2020-06-09 오후 5:19:40

홍콩 민주화를 위한 활동가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인 9일 홍콩 시내 한 쇼핑몰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홍콩에서 지난해 6월9일 100만명의 시민이 참여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반대 시위가 1주년을 맞았다. 송환법은 폐기됐지만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국보법) 제정 강행으로 홍콩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강경한 기조 속에서 송환법을 철회시켰던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국보법) 제정도 멈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의 홍콩 국보법 제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발은 예상했던 일이다. 지난 2003년 홍콩 정부가 기본법(홍콩의 헌법) 23조에 근거해 국보법 제정을 추진했을 때도 50만명에 달하는 홍콩시민이 거리시위에 나서며 반발했고 무산된 적 있다. 그렇게 잊혀졌던 국보법이 7년만에 다시, 그것도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제정하겠다고 하니 홍콩 시민들 입장에선 반발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9일 103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지자 홍콩 정부는 깜짝 놀라 송환법 추진을 연기했다. 하지만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일주일 후인 16일 이보다 더많은 144명이 거리로 쏟아졌다. 캐리 람 홍콩 행정 장관은 7월 “송환법은 사실상 죽었다”며 폐기 의사를 밝혔고, 그래도 반발이 이어지자 9월에는 결국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100만 시위 이후 철회까지는 꼬박 88일이 걸렸다.

시위대들은 공식 철회 이후에도 줄곧 시위를 이어나갔다. 정부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언제든 홍콩을 억누를 법안이 다시 제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는 듯하다. 중국 정부는 시위대의 뿌리를 뽑을 강력한 국보법 제정 초안을 전인대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지속된 시위 피로감이 커진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위 열기가 줄어들면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시위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홍콩 경찰이 진압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지난해 11월 19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홍콩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에 임명된 후 홍콩 경찰은 강경하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홍콩 이공대(폴리텍대학교)에 남았던 시위대가 포위되고 해산되면서, 홍콩 경찰은 더 강력하고 선제적인 전략으로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지난 1월1일 경찰은 집회를 허용하면서도 100만명이 모인 시위에서 400명을 구금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8981명을 검거했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무려 1만6223발의 최루탄과 1만108발의 고무탄, 2033발의 빈백 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 등을 발사했으며 19탄의 실탄도 발사했다.

홍콩 경찰력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캐리 람 장관은 9일 브리핑에서 “더 이상의 혼란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의회가 전날 승인한 2020~2021년도 예산안에는 경찰 정원을 기존보다 7% 늘려 3만8000여 명까지 증가시키는 경찰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홍콩의 인구 10만명 대비 경찰 수는 내년 442명에 달해 최근 20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찰 운영 예산도 전년도보다 24.7% 늘어난 219억 홍콩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년도 두배에 달하는 61억 홍콩달러(약 9400억원)는 소총, 최루탄, 방패 등 시위 대응 장비를 구매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허가해 주고 있지 않다. 홍콩 재야단체는 당초 오는 12일 송환번 반대 시위 1주년 기념 집회를 열려고 했다가 경찰이 불허하면서 일주일 연기했다. 12일에는 시내 선전전만을 전개하기로 했다.

언론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한 후 11월까지 홍콩 경찰이 언론사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은 6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11월 크리스 탕 경무처장 취임 후 지난달까지 언론사에 보내진 항의 서한은 81차례에 달한다. 시위대를 옹호하는 기사를 많이 실었던 빈과일보는 항의 서한을 62번이나 받았다.

홍콩 공영방송 RTHK의 한 프로그램은 경찰을 풍자하는 내용을 내보낸 후 경찰이 강력하게 항의해 결국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도 했다.

이런 경찰의 움직임이 홍콩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할 것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홍콩 인권단체 민권관찰은 “홍콩의 경찰력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감시할 제도는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반대 목소리를 억누른다면 홍콩은 ‘경찰 사회’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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