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적자에도 성과급 요구... GM본사 다시 구조조정 나설 수도

한국GM 노조, 2002년 한국GM 출범 이후 첫 전면파업
지난해 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하기로 한 합의문 무시
노사갈등 장기화시, 트랙스 물량 해외 공장으로 이전 관측
  • 등록 2019-09-09 오후 4:58:49

    수정 2019-09-09 오후 4:58:49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한국GM 노동조합이 9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한국GM 노조 전체 조합원이 전면파업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02년 제너럴모터스(GM)가 회사를 인수한 후 처음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한·일 경제 갈등 국면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결국 파업에 나서면서 한국GM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GM 본사가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생산 중인 ‘트랙스’ 물량을 다른 나라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9일부터 11일까지 전면파업 돌입

한국GM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는 한국GM 소속 조합원 8000여명이 참여했다. 연구개발(R&D) 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 2000여명은 사측과 이날 교섭을 진행한 뒤 10일과 11일에 파업에 동참할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한국GM 노조 상무집행위원과 대의원 등 100여명은 이날 오전 6시부터 부평공장의 서문을 제외한 정문과 남문 등 다른 출입구를 막고 조합원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지난해 4월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문에서 ‘앞으로 임금 인상은 회사의 수익성 회복에 따라 결정되며,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상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호 인식한다’고 합의했다. 성과급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수익성 회복을 기초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같은 합의를 무시한 채 또 다시 무리한 요구안을 들고 나왔다.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가 4조원에 달하는 등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GM 본사 구조조정 빌미로 작용할 수도

일각에선 업계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한 만큼 한국GM 등 다른 업체 노조의 투쟁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GM 노조는 차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강경 노선을 꺾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조는 GM에 인수되기 전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7년 총파업을 한 적이 있지만, 한국GM이 설립된 이후에는 부분파업만 벌여왔다. 자동차 업계는 한국GM 노조의 이번 파업에 따라 생산 차질을 빚는 물량이 1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의 노조 리스크가 또 다시 부각됨에 따라 글로벌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미국 GM 본사가 한국GM의 생산 물량을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방한해 노조와 만나 “계속된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해외로 물량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파업은 한국GM만 손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도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면파업은 회사에 불행”이라는 말로 노조에 거듭 경고를 보냈다.

한국GM은 부평 1공장에서 ‘트랙스’를, 2공장에서 ‘말리부’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1공장에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고, 트랙스 물량은 부평2공장으로 옮길 계획이다. 하지만 파업 장기화로 인해 GM 본사가 이들 물량 일부를 해외 다른 공장에 배정하면 한국GM은 일부 공장 폐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작년 적자가 8594억원에 달하는데도 노조는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작년에 했던 노사 합의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사측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GM 본사가 한국GM의 구조조정을 서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GM) 노조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한 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차량 제조 설비들이 멈춰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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