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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그동안 보아오포럼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중국측 핵심 최고위층과 활발히 교류하며 민간 경제 외교를 펼쳐왔다. 특히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3월 보아오포럼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최첨단 IT 기술을 동원해 최신설비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들여, 지난해 3월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판다’를 선물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를 통해 세계 14번째 판다 보유국이 된바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면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한·중 간 긴장관계를 풀고 무역 보복 조치 등에 대처할 중요한 민간 창구 하나가 사실상 막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도 당분간 멈추게 돼 그가 쌓아온 미국·중국·인도 등 다양한 글로벌 인맥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 결정되면 2개월 뒤 中 보아오포럼 불참 불가피
18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애초 오는 3월 중순께 열리는 ‘2017 보아오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의 여파로 삼성SDI(006400)가 난항을 겪고 있는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이슈 등의 현안들을 중국 고위층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작년 12월 31일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삼성SDI와 LG화학(051910) 등 국내 제조사가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의 전기자동차 5개 모델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배터리 소손(불타 파손됨) 문제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삼성SDI는 중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이슈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져 중국 당국이 한국 제품을 보조금 대상에서 빼면서 위기에 직면한 우리 업체들은 이 부회장의 보아오포럼 참석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왔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삼성이 주력하고 있는 IT·가전 분야는 물론 미래 먹거리인 의학·바이오·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중국 주요 인사들과 의견을 나눠왔다. 이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선보일 삼성 제품 및 기술 등을 소개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출국금지와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진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연루되면서 이 부회장이 중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상당기간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국·내외 주요 일정 줄줄이 영향 미칠 듯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중국 보아오포럼을 포함해 올해 국·내외 주요 일정도 모두 참석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이 쌓아온 글로벌 인맥의 핵심 행사로 매년 7월 초 미국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도 구속과 법정 다툼이 장기화되면 참석이 어려울 수 있다. 이 행사는 세계 미디어·IT·금융과 정·관계 인사 약 300명이 휴가를 겸해 참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모임에서 친분을 쌓은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와의 인연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4일 미국 뉴욕에서 열었던 ‘테크서빗’에도 한국에선 유일하게 초대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13일 특검의 출금금지 조치로 인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역시 출국금지로 참석이 불발된 스위스 다보스 포럼(17~20일)에서 발표한 ‘지속가능 경영 100대 기업’ 명단에서도 삼성전자는 4년만에 제외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의 구체적 업무에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 사업 결정 등에선 협상 상대도 삼성 오너를 만나길 바란다”며 “삼성의 주요 투자 결정이나 대외 신인도 등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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