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과 대우건설의 인연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은은 당시 대우건설을 삼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휘청이는 과정에서 대우건설을 사실상 떠안았다. 인수 대금과 유상증자를 통해 총 3조2000억원을 대우건설에 쏟아부었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덩치가 큰 국내 대표건설사의 경영을 맡으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우건설의 방만 경영과 낙하산 논란, 임직원들의 비리, 건설사로서의 경쟁력 저하논란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이 부담스러웠던 산은도 가급적 빨리 새 주인을 찾으려 움직였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산은의 의도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지난 2016년 10월 대우건설 주식 매각을 추진하려다 그해 11월 대우건설의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의 의견거절 사태가 불거지면서 잠정 보류되기도 했다.
국내외 건설경기가 하강하고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의 위험이 부각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예전만 못한 상황에 부닥쳤다. 작년 11월 실시한 예비입찰에서 13곳이 참여했으나 시장에서 기대하던 중동계 투자자들이 발을 뺐다. 예비입찰을 통과한 3곳 중 중국계 투자자들이 본입찰을 외면하면서 호반건설이 유일하게 남게 되자 경쟁을 부추겨 가격을 최대한 높게 이끌어내려던 산은의 전략도 타격을 받았다.
호반과의 협상 과정도 녹녹지 않았다. 애초 산은이 보유한 지분 50.75%를 통으로 매각하려던 방침마저 바꿔야만 했다. 유일한 입찰자인 호반이 지분의 분할매수를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협상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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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삼 산은 자본시장부문장은 “매각가는 대우건설의 평균 주가와 비교해 30%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라면서 “새로운 주인이 대우건설을 잘 경영해 주주 가치가 올라가면 잔여지분을 보유한 산은도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헐값 매각이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산은으로서도 대우건설을 언제까지 들고 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