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금융위기 데자뷔…韓·美 채권시장 동시 '먹구름'(종합)

채권시장發 불황 공포감
美 2년-10년물 금리差 11.76bp 축소
경기악화 우려…뉴욕증시 3%대 급락
韓 장·단기 금리 차도 확 좁혀져
  • 등록 2018-12-05 오후 7:08:31

    수정 2018-12-05 오후 7:08:31

코스피가 13.04포인트 하락한 2101.31로 장을 마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9월 중순께 미국의 채권수익률곡선 평탄화(커브 플래트닝) 현상에 대한 짤막한 보고서를 냈다.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각 채권 만기별로 서로 다른 금리 수준을 이은 선을 말한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 먼 미래일수록 경제를 보는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곡선이 우상향 모양으로 가파르게 서지 못하고 편평하게 축 늘어져 있는 것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크게 떨어지는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향후 경기가 더 악화하고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서너달 전 상황이 딱 그랬다. 9월1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뉴욕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2.9916%)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2.7737%)의 차이는 21.79bp(1bp=0.01%포인트). 연초만 해도 장·단기 금리 차가 80bp에 육박했다가, 확 좁혀진 것이다.

한은이 당시 보고서에서 인용한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주장은 이랬다. “경험적으로도 지난 1960년대 이후 7차례의 경기 침체가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발생했습니다. 최근의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침체 확률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마이클 바우어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연구원)

美 경제 불안감…Fed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

그로부터 몇 달 후인 지난 4일. 채권시장발(發) 경기 둔화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 차가 더 좁혀지면서 역전마저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탓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9163%에 거래를 마쳤다. 2년물 금리(2.7987%)와 차이는 겨우 11.76bp.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8일(11.55bp) 이후 11년6개월 만의 최소다. ‘거의 붙어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뉴욕 증시가 3%대 폭락한 것도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기 침체 경고음 때문이다.

일부 만기별 구간에서는 이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2년물 금리가 5년물 금리(2.7871%)보다 높아진 것이다. 3년물 금리(2.8079%) 역시 5년물 금리를 상회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지난 11년6개월 동안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역전을 언급할 때 활용되는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도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알듯 모를듯한 채권시장의 흐름이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드는 것은 그만큼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에 장단기 금리 차가 포함된 것도 경기 예측력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를 보는 눈이 약간 바뀐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제롬 파월 의장이 최근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한 게 대표적이다. 불과 10월 초만 해도 미국 경제를 두고 자신감을 표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요즘 금융시장은 내년 연준이 두 차례 인상에 머물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생기고 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시장의 낙관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수익률곡선과 경기 변동간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사이클 전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파트장은 “미국은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양호한 경기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내년 경제는 올해 3%에 가까운 성장보다는 0.4%포인트 정도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韓,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 돌입 가능성


문제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상황이 똑같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58%로 지난해 1월2일(2.055%) 이후 1년11개월여 만의 최저치로 거래를 마쳤다. 3년물 금리(1.901%)와 격차는 불과 15.7bp. 이는 2016년 9월30일 15.1bp를 기록한 이후 2년2개월여 만의 최소다. 초장기물인 30년물과 50년물 금리는 각각 1.986%, 1.911%로 2% 선마저 무너졌다. 반도체 외에는 성장 동력을 찾아 보기 힘든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국면이 채권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증시만큼은 아니지만, 이날 코스피 지수도 0.62% 하락했다.

연준과 마찬가지로 한은도 커브 플래트닝이 심화하는 와중에 긴축에 나서기는 부담이 있다. 현재 1.75%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이유다.

금융시장 한 인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한 얘기가 나올 즈음, 한은의 금리 인하 얘기도 통화정책상 하나의 선택지로 거론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중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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