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당신은 이 소중한 아이 아비가일의 사진을 봅니다. 세 살이고, 하마스가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 아이와 다른 인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가슴이 찢어질 것입니다.”
| 케이티 브릿 상원의원이 미 의회 중 꺼내든 아비가일의 사진. (사진=케이티 브릿 엑스) |
|
하마스의 총에 맞아 숨진 아버지의 품에서 기어나온 3살 아이가 하마스의 인질로 끌려갔다는 이야기가 전쟁의 비극을 되새기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 인질 중 3살 미국 어린이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 아이가 바로 그 아이다. 지난달 27일 미 공화당 소속 케이티 브릿 상원의원도 의회에서 아비가일의 사진을 들고 나와 전쟁 참상을 고발한 바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NBC뉴스는 아비가일의 이모할머니인 리즈 히르시 나프탈리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그가 납치된 경위를 밝혔다. 아비가일은 부모님과 함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살다가 하마스의 공격으로 집 안에서 부모가 모두 살해됐다고 한다.
하마스가 공격할 당시, 아비가일의 아버지는 그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그런데 하마스 대원이 아비가일의 아버지를 총으로 쐈고, 아버지는 아이를 안은 채 그대로 쓰러져 숨졌다. 아비가일은 숨진 아버지의 시신 밑에 깔려있다가 피범벅이 된 채 기어 나왔다.
아비가일은 이웃집으로 뛰어가 이웃 가족들과 방공호에 숨었지만, 결국 하마스의 포로로 끌려갔다. 히르시 나프탈리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알고 있는 건 하마스가 그 집 엄마와 그 집의 세 아이, 그리고 아비가일을 키부츠 밖으로 데려가는 것을 누군가 목격했다는 것”이라며 “그게 우리가 아는 전부다”라고 말했다.
아비가일의 오빠들은 하마스의 공격에서 살아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빠들도 눈앞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히르시 나프탈리는 “아이들은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비가일 외에도 자녀를 하마스에 빼앗긴 부모들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오르나와 로넨 뉴트나(여)는 21살인 아들이 하마스에 납치된 지 39일째지만, 그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들인 오메르가 납치될 때 온전한 상태였다”며 “아이가 어디 갇혀 있는지, 고문을 당했는지, 밥을 먹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야엘 알렉산더(여)는 19세 아들이 납치된 10월 7일부터 먹고 잘 수 없다고 호소했다. 존 폴린(남)은 23세인 아들 허쉬가 팔 한쪽이 잘린 채 트럭에 태워지던 영상을 목격했다. 아버지는 “아이를 다시 데려올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약 239명의 포로를 붙잡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를 두고 합의에 이르렀지만 아직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앞서 하마스는 5일간 교전 중단을 대가로 인질 석방을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