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환율조작 게임을 하고 있다. 그들의 (통화)시스템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미국도 응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손하게 앉아서 얌전히 그들을 바라보는 멍청이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을 동시에 언급했지만, 실제 겨냥한 것은 유럽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위안화는 뚜렷한 약세를 보이지 않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나서서 위안화를 견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켓포인트를 보면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달 17일 이후 계속 달러당 6.9위안을 하회(위안화 강세)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유로화는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1285달러에 거래됐다. 연초 대비 1.4% 하락한(유로화 가치 하락) 것이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유로화 가치는 거의 10% 하락했다.
그만큼 유럽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둔화 직격탄을 맞은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는 상당히 부진하다. 특히 독일이 그렇다. 독일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최근 40포인트 중반대를 기록하며 기준점 50을 크게 밑돌고 있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60포인트 중반에 육박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호조를 보였는데, 최근에는 주요국 중 눈에 띄게 낮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각을 세우는 이유는 라가르드 차기 ECB 총재의 출연 때문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마리오 드라기 현 ECB 총재와 비슷한 수준의 통화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차기 ECB 총재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 총재가 매파로 인식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뜻밖에 라가르드 총재가 내정되면서 유로화 약세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라기 ECB 총재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지난달엔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언급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라가르드 차기 ECB 총재가 드라기 총재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벌써 조바심이 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가 실제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럽을 비롯해 주요국들이 부진한 경기 흐름을 보이는 와중에 그나마 미국 경기가 양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ECB가 추가 완화를 강하게 시사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이 (ECB에) 집중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행정부가 달러 강세를 불편해 한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 미국이 그나마 덜 나쁜 경기상황을 보이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