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서는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으나,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서 단기물 시장의 약세 분위기를 확실히 반전시키기엔 부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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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3년 만에 2%대를 돌파하고 이날 오전 2.1% 이상 오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027%포인트 하락한 2.017%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도 2.5% 이상 올랐다가 하락 반전해 0.090%포인트 가량 내린 2.397%에 장을 끝냈다. 2년물도 전일대비 0.017%포인트 하락한 1.747%에 마감했지만, 1년물은 0.021%포인트 오른 1.320%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년물과 30년물도 각각 0.091%포인트, 0.070%포인트 내렸다.
약세장을 이어오던 국고채시장이 이날 소폭 강세 흐름으로 전환한 것은 한은과 기재부가 내놓은 시장 안정화 조치와 메시지 영향이다. 이날 한은은 11월 통안채 경쟁입찰 발행규모를 6조6000억원(5주차 91일물 발행액 7000억원 제외)으로 전월 발행계획 대비 2조4000억원 가량 축소하고, 중도환매(바이백) 금액도 통상 4조원에서 5조원으로 1조원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만기별로는 91일물은 회차당 1조원에서 7000억원~8000억원, 1년물은 1조2000억원에서 7000억원, 2년물은 2조5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 3년물은 1조3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각각 축소한다.
기재부도 다음 달부터 국고채 단기물 발행물량을 줄인다. 필요 시 긴급 바이백도 시행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이날 11월 8조원 수준의 국고채 발행 계획도 밝히고, 국채전문딜러(PD) 등이 참여하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7조~8조원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날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제8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를 열고 “향후 국채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필요 시 긴급 바이백을 적기에 시행하고 한은과의 정책 공조 등을 통해 국채시장 안정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기재부가 확장 재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 및 가계부채 누증 흐름 지속 등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여건이 충분해 국고채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에도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기준금리를 내년 연말까지 1.5%~1.75%까지도 올릴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3년물 금리는 2.3% 정도까지도 더 오를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또한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통화 긴축 분위기가 고조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 유인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시장도 단기물은 약한 분위기이고 국내 시장도 단기물 중심으로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음 달 발행 물량이 줄어도 매수심리 자체, 수요 강도가 강세로 전환되기 어려운 듯 하다”고 봤다.
우 연구원은 이어 “특히 한은의 11월 금리 인상이 거의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추가 인상까지 시사한다면 단기물에 대한 약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스왑레이트가 플러스이다 보니 외국인들이 굳이 국내 채권에 투자할 유인도 커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