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 신용평가는 19일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가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약 3년 동안 이어진 개선세를 마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한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주요 기업들의 투자 지출 증가, 주주 환원(배당 및 자사주 매입) 확대, 그리고 지속적인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재무정책이 신용도 하향 압력의 주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최근 설비투자 확대 및 M&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고심 중이다. LG화학의 경우 올해 역대 최고 규모인 약 6조 2000억원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또한 향후 2년 동안 2조~3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준홍 S&P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전기자동차, 사물인터넷(IoT), 5G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펼치고 있고 주가 관리 등을 위해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면서 “설비투자와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 규모가 증가하고 인수합병이 이어질 경우 상당수 기업들이 차입 확대를 통해 부족분을 충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통한 차입금 조달 규모의 증대가 신용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내 기업의 급격한 등급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S&P의 설명이다. 김민집 S&P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상품경쟁력, 운영효율성, 생산 라인 다각화 및 조율 능력 면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입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재무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 대부분이 투자등급을 받고 있다는 점, 적절한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급격하게 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