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공자는 공시 금수저?'…노량진 학원가 흔든 '찌라시'

가산점 탓 '공부해도 소용없어' 허위 주장 담은 전단지 살포
인사처, 8일 9급 시험 앞두고 민원성 전화로 골머리
특별법 시행 이후 취업 혜택 391명…전체 유공자 1.2% 그쳐
  • 등록 2017-04-06 오후 4:26:44

    수정 2017-04-06 오후 4:26:44

지난해 8월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경기고등학교에서 열린 국가직 지역인재 9급 공무원 필기시험장을 찾은 응시생들이 자신의 좌석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이슬기 기자] 오는 8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국가직·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인사혁신처가 ‘민원성 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 많은 노량진 등 학원가를 중심으로 대량으로 유포된 전단지가 발단이 됐다.

전국 곳곳에서 발견된 전단지는 ‘5·18 민주화 항쟁 유공자들이 받는 가산점 10% 때문에 일반 공시생들의 합격이 어렵다’는 허무맹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5·18 민주화 항쟁 유공자와 수혜자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윽박지르고 5·18 기념재단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퍼트리고 있다”며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인사처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단지 관련 민원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며 “ 최소 5~10%까지 각 과목별로 가산점 혜택을 받는 것은 맞지만 시험 응시자 숫자 자체가 많지 않아 다른 공시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이라고 말했다.

‘5·18 금수저?’…시험 코 앞 공시족 뒤숭숭

‘5·18 유공자들이 모든 공직을 싹쓸이 한다’는 제목의 전단지에는 ‘5·18 유공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들은 모두 국가고시 및 임용고시에서 과목당 적게는 5%, 많으면 10%까지 가산점을 받고 있다’ ‘5·18 유공자들에게 주어진 혜택 때문에 머리 좋고 유능한 수험생들이 여러 번 시험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원 미상의 작성자는 전단지에서 “2017년 2월 기준 5·18 유공자들의 수는 5769명으로 지난 3년 만에 1135명이나 늘었다”며 “5·18 광주폭동에 직접 가담한 437명을 13배 이상 부풀린 숫자다. 유공자 명단을 요구했지만 국가보훈처가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무원부터 대기업까지 5·18 유공자 집안이라는 이유로 가산점을 받아 싹쓸이하고 병역도 면제돼 6개월 공익 근무만 하면 되니 이들이야 말로 ‘금수저’가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전단지 내용을 본 공시생들은 가뜩이나 초조한데 더욱 심란한 표정이다. ‘유공자 혜택은 당연하다’는 주장과 ‘최대 10% 가산점은 과도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노량진에서 만난 9급 시험 준비생 권모(27·여)씨는 “공부에만 집중하려는데 아닌 줄 알면서도 괜히 신경쓰이고 한편 억울하기도 하고 심숭생숭하다”고 말했다. 강모(24·여)씨는 “단 1%로도 당락이 나뉘는데 과목당 5~10% 가산점은 지나치게 높다”며 “어느 정도 혜택 제공이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수험생 김모(25)씨도 “지금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권리가 유공자들의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기에 혜택 부여는 당연하다”면서도 “가산점을 주고 일반 수험생들과 경쟁하는 방편보다
국가직 공무원시험을 사흘 앞둔 지난 5일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라온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 가산점 특혜’ 관련 전단지 사진. (사진=고파스 화면 갈무리)
는 유공자 전형을 아예 따로 만드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5·18 유공자 혜택 6년간 391명 그쳐

하지만 전단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심지어 민주화 운동 유족을 혐오하도록 선동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노량진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지난 주부터 학원 주변에 전단지가 대량 유포되고 있는지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시험을 코 앞에 둔 수험생들 간 갈등만 조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단 내용은 온라인에서 ‘가짜뉴스’로도 올라온다.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는 최근 태극기 집회에서 “2007년 7급 공무원(검찰 공무원)시험 합격자는 전원이 5·18 유공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5·18 유공자들이 ‘싹쓸이’하고 있다는 전단 내용이나 정 대표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보훈처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2010년 3월) 이후 최근까지 유공자 본인과 유가족이 공무원 등 국가 기관에 가산점 등의 혜택을 보고 취업한 것은 391명이다.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 등 모든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들이 가점 대상으로 취업한 인원은 3만 2751명으로 전체 유공자들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보훈처 관계자는 “지금 논란이 되는 것처럼 5·18 유공자들이 80~90%를 싹쓸이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유공자 및 유가족 취업 지원 등 예우를 집행하는 기관은 보훈처인데 신상 보호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명단을 밝힐 수 없게 돼 있다”며 “일부 사람들이 전단지를 보고 명단을 밝히고 진짜 혜택 대상이 맞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