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공무원이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일명 ‘박원순법’을 적용해 서울시가 직원을 강등한 처분은 지나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곽종훈)는 22일 관련 업체로부터 50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접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강등 처분을 받은 공무원 A씨가 서울시와 해당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받은 금품 액수가 많지 않고 그 경위가 나름대로 수동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며 “관할 구청도 감봉이나 견책의 경징계를 언급한 걸 보면 징계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 한 구청의 도시관리국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월 건설사 전무로부터 식사대접을 받고 상품권 50만원어치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또 다른 건설사 직원에게서 테마파크 이용권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청은 경징계를 요청했고, 서울시는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위원회 결과 해임처분이 나왔고 구청은 이를 받아들여 A씨를 해임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공무원 행동강령인 ‘박원순법’을 발표한 후 실제로 적용한 첫 사례다.
해임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A씨는 서울시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위원회는 해임을 강등처분으로 감경했다. A씨는 강등 처분도 가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9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받은 금품과 접대비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주는 등 반성하고 있다”며 “30년 넘게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서울시 지방공무원은 100만원 미만의 금품을 수동적으로 받았다는 이유로 강등처분을 받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