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 1년…코로나發 위기가 기회가 된 조원태

우한 특별 전세기 띄우고 직접 탑승하기도
여객기를 화물전용기로 개조 '역발상' 경영
아시아나 인수 결의로 경영권 분쟁서 우위
  • 등록 2020-12-23 오후 6:03:53

    수정 2020-12-23 오후 10:47:08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작년 12월 23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가족과 사전 협의 없이 경영상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있다”며 띄운 편지 한 통을 통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 비판했다. 한진그룹 3세간의 경영권 분쟁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이른바 ‘한진가(家) 남매의 난’ 승기는 조원태 회장 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입었지만, 조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간 경영권 싸움 소용돌이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진과 다툼 중인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고,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구축해 지분 경쟁으로 경영권을 위협했다. 3자 연합은 지난 3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이사 연임안을 놓고 지분 경쟁에 나섰지만, 조 회장이 자리를 유지하게 되면서 남매의 난 1차전은 조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이후 본격화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조 회장은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중국 우한에 고립된 교민들의 귀국을 위해 특별 전세기를 운영했으며, 해당 항공기에 방호복을 입고 직접 탑승했다. 이는 시험대에 오른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현장 직원들과 함께하는 솔선수범의 경영자 이미지도 구축했다. 4월부터는 임원들의 급여를 일부 반납했으며, 전 직원 대상으로 순환 휴업에 돌입했다.

또 조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 사업 매각을 추진했다. 지난 17일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부를 9906억원 규모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으며, 왕산레저개발과 칼 리무진 매각도 결정했다. 앞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1조원 규모 유상 증자를 진행했으며, 국책은행을 통한 정부자금도 1조200억 규모로 받는 등 경영악화 극복을 위한 다양한 자구 노력을 전개했다. 한편, 6000억 규모를 마련하려 했던 송현동 부지 매각은 서울시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어 조 회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실적도 선방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수조원대 적자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이는 수십 년간 쌓아온 화물사업 노하우가 차별화한 경쟁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조 회장의 ‘역발상’ 경영 전략도 한몫했다. 주기장에 발이 묶인 여객기를 화물기로 사용하기로 한 것. 대한항공은 지난 9월부터 늘어난 화물 수요를 위해 여객기를 화물전용기로 개조하기도 했다.

화룡점정은 지난달 16일 발표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다. 대한항공은 “창업이념인 ‘수송보국’을 바탕으로 양 항공사와 관련 업체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보전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국가적 기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잇달아 실패한 국내 항공업계 재편의 선봉에 서게 된 셈이 됐다. 여기에 양대 국적항공사로 30여년 간 경쟁해온 라이벌을 품에 안게 되면서 세계 7위권의 초대형 항공사 탄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수 발표에 조 회장과 3자연합 간 경영권 다툼은 곧바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3자연합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일단락됐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코로나19 극복 이후 폭증할 항공수요를 준비할 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돼 조 회장으로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본 것”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본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5일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연결 탑승수속 서비스를 실시하며 통합 시너지 극대화에 나섰다. 항공업계는 경영정상화가 이르면 2023년 4월께로 보고 있어 대한항공은 그전까지 백신 수송 등 화물 사업에 집중해 유동성 위기를 견딘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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