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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재계에 따르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입었지만, 조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간 경영권 싸움 소용돌이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은 그룹 경영진과 다툼 중인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고, 반도건설과 함께 ‘3자 연합’을 구축해 지분 경쟁으로 경영권을 위협했다. 3자 연합은 지난 3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이사 연임안을 놓고 지분 경쟁에 나섰지만, 조 회장이 자리를 유지하게 되면서 남매의 난 1차전은 조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이후 본격화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조 회장은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중국 우한에 고립된 교민들의 귀국을 위해 특별 전세기를 운영했으며, 해당 항공기에 방호복을 입고 직접 탑승했다. 이는 시험대에 오른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현장 직원들과 함께하는 솔선수범의 경영자 이미지도 구축했다. 4월부터는 임원들의 급여를 일부 반납했으며, 전 직원 대상으로 순환 휴업에 돌입했다.
실적도 선방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와 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수조원대 적자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이는 수십 년간 쌓아온 화물사업 노하우가 차별화한 경쟁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조 회장의 ‘역발상’ 경영 전략도 한몫했다. 주기장에 발이 묶인 여객기를 화물기로 사용하기로 한 것. 대한항공은 지난 9월부터 늘어난 화물 수요를 위해 여객기를 화물전용기로 개조하기도 했다.
인수 발표에 조 회장과 3자연합 간 경영권 다툼은 곧바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3자연합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일단락됐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코로나19 극복 이후 폭증할 항공수요를 준비할 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돼 조 회장으로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본 것”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본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5일부터 아시아나항공과 연결 탑승수속 서비스를 실시하며 통합 시너지 극대화에 나섰다. 항공업계는 경영정상화가 이르면 2023년 4월께로 보고 있어 대한항공은 그전까지 백신 수송 등 화물 사업에 집중해 유동성 위기를 견딘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