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늘어나는데 집값은 제자리걸음..'깡통전세' 주의보

갭투자, 경남 김해 115건, 원주 83건으로 횡행
고점우려·대출규제로 매매가 안 오르는데
수급불균형으로 전세가는 상승..역전현상 발생
7월 갱신청구권 만료 다가올수록 전세값 오름 가속
  • 등록 2022-02-10 오후 5:12:18

    수정 2022-02-10 오후 9:20:38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지방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집값을 앞지르면서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집값 고점 우려와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 오름세가 주춤한 사이에도 공급부족은 여전해 전셋값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집값을 역전하는 ‘깡통전세’이 나타나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갭투자 매매거래가 가장 크게 증가한 지역은 경상남도 김해시로 11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거래 중 8.7%다. 그 뒤로는 강원도 원주시 83건(7.6%),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80건(9.4%)이 뒤를 이었다.

김해시의 갭투자 현황을 자세히 보면 경남 김해시 관동동 일원의 ‘율곡마을세영리첼’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억 6350만원에 매매계약을 했다. 이후 같은달 2억 5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쓰며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8650만원 높은 역전세 물건이 됐다.

김해시 구선동 일원의 ‘리첸퍼스트’ 전용 80㎡는 지난해 11월 1억 6650만원에 매매계약을 썼다. 이 물건은 지난달 3350만원 높인 2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일원의 ‘세경 3차’ 전용면적 59㎡는 지난 3일 8700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건은 이틀 뒤 2800만원 몸값을 높여 1억 1500만원에 전세계약을 썼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뛰어넘는 ‘역전세 현상’은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을 앞지르면서 출회가 잦아지고 있다. 실제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김해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12.2%로 매매가 상승률(8.1%)을 뛰어넘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간극도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11월 54.48%에서 12월 54.54%로 오른 뒤 지난달 54.59%로 집계됐다. 또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0.31%)은 매매가격 상승률(0.23%)을 앞질렀다.

현재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분양물량과 사전청약 물량이 이어지면서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하려는 수요자들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7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기간이 다가오면 전세가격 오름 현상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대출을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 물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지만, 집값 하락기엔 ‘깡통 전세’가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규제로 주택 매매에 대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며 “실수요자들이 대출로 내집마련을 못하면서 갭투자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공급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갭투자가 성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대출규제 등으로 매매보다는 청약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많아 전세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앞으로 분양물량이 늘어날 경우 집값이 떨어질 수 있어 깡통전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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