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독감 동시 유행 두려운데…백신 유통 문제까지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8일부터 시작된 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백신의 유통 문제로 일시 중단되며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올겨울에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 유행하는 ‘더블데믹’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로 독감 백신 예방접종이 중단되며 혹여라도 백신이 있는 독감 예방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백신 유통 중 ‘상온 노출’…500만명 분 백신 조사

이번 독감 예방접종 일시 중단은 공급업체인 신성약품이 냉장차로 백신을 각 지역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일부 백신을 상온에 노출하면서 발생했다. 질병청은 21일 오후 일부 위탁 배송 업체가 백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정해진 온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 백신을 운반하는 냉장차량에는 온도계가 부착돼 이송 기간 동안 온도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다.

질병청이 문제가 된 백신만 회수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접종 자체를 중단한 것은 백신의 경우 무엇보다 보관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를 죽여 불활성화시킨 사백신이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제거해 만든 생백신보다는 온도에 덜 민감하지만, 냉장 온도( 2~8℃)를 유지해야 사용할 수 있다. 상온에 노출되면 백신 내 단백질 함량이 온도에 영향을 받아 변질될 수 있어서다.

신성약품이 22일부터 공급하기로 한 백신 물량은 총 500만 도즈로, 500만명에게 접종을 할 수 있는 양이다. 500만명분의 백신이 모두 폐기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조사와 품질검사를 통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살펴야 한다”며 “폐기에 대해서는 제품에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 판단한 뒤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유료 예방접종은 가능…22일 이전 백신 “이상 없어”

백신의 상온 노출로 무료 접종은 중단되지만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은 가능하다. 유료 접종에 사용하는 백신은 민간 의료기관이 개별로 구매해 공급받은 백신으로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과는 다른 경로로 공급된다.

이와 함께 이미 지난 8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2회 접종 대상자’인 생후 6개월~9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공급한 백신 역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이전 접종에 쓰인 백신은 문제가 된 백신과는 다른 백신이며 지금까지 이상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 청장은 “8일부터 진행된 접종에는 문제가 된 백신 물량이 사용되지 않았고, 해당 어린이들이 맞은 접종 물량은 정부가 별도의 단가계약을 통해 의료기관이 직접 공급받은 물량”이라고 말했다.

올해 독감 유행 크지 않을 전망…해외 유입 차단 ‘영향’

질병청은 식약처의 품질 검사 결과에 따라 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없을 경우 즉시 예방접종을 재개할 계획이다. 정부는 문제가 된 신성약품의 500만 도즈 외 700만 도즈의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청은 상온 노출된 백신에 대한 조사가 끝나야 해당 물량까지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칫 유통 가능한 700만 도즈의 백신이 상온 노출 위험이 있는 500만 도즈와 혼용돼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방역 당국은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할 더블 데믹의 위험이 남아 있지만, 올해 인플루엔자는 예년에 비해 크게 유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감 역시 해외에서 유입돼 유행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코로나19로 입국제한 등 조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역시 독감 유행을 차단하는 역할이 가느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상반기 남반구 주요 국가에서 인플루엔자 유행이 크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북반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인플루엔자 유행이 예년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상태로는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인플루엔자 유행보다 코로나19가 발견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