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더 걷은 세금 10兆…안 돌려주나요?

  • 등록 2017-01-16 오후 5:20:22

    수정 2017-01-16 오후 6:40:21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해 정부가 예상보다 더 걷은 세금이 10조원에 육박하면서 불황에 나라 곳간만 ‘나 홀로 풍년’이라는 서민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체감 물가 급등, 빚 상환 부담에 소비 위축 우려까지 커지며 정부가 세금 일부를 환급해줘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직장인이 법에 정한 것보다 더 낸 근로소득세가 있다면 이듬해 연말정산 때 이를 돌려받는다. 이처럼 정부가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작년 더 걷은 세금 10조 육박…“환급 검토해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정부가 걷은 소득세·법인세 등 국세 수입은 총 230조 5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조 3000억원 늘었다. 정부가 예상한 작년 한 해 국세 수입은 232조 7000억원인데, 11월까지 99%를 걷은 것이다. 여기에 12월 치를 더하면 지난해 초과 세수는 9조원대 후반에 달하리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초 발표한 ‘경기 대응 방안으로서의 세금 환급 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세수 규모가 예상을 초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금 환급 정책 시행을 검토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금 환급은 금리 인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전통적인 경기 대응 정책보다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시차가 짧고, 시행 비용도 적을 뿐 아니라 소비로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수요 증대를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10조원가량의 초과 세수를 저소득 취약 계층 위주로 나눠주면 소비 진작, 가계부채 위험 경감 등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더 걷은 세금을 올해 환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해 동안 세금을 걷어 쓰고 남은 돈은 지출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체 세입에서 세출, 불가피하게 이듬해 지출키로 한 이월액을 뺀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을 6조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세금이 넘치는 만큼 빚 내 자금을 끌어쓰는 적자 국채 발행을 줄여 남는 돈을 줄인 것이다.

이 6조원도 국가재정법(90조)에 따라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국가채무 상환 등의 순으로 사용해야 한다. 여윳돈이 생기면 빚부터 갚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 돈(1조원 안팎)은 이미 확정한 이듬해 예산을 늘려잡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재원으로 사용하고, 잔액은 결산 다음 해 세입에 포함할 수 있다. 법상 특정 해에 세수가 넘쳐도 이를 이듬해에 환급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008년 1인당 최대 24만원 환급…추경 VS 세금 환급 실효성 따져야



올해 걷은 세금이라면 사정이 좀 다르다. 만약 올해도 작년 같은 세수 풍년이 이어진다고 치자. 이럴 경우 정부 의지나 정책 목표에 따라 더 들어오는 세금을 올해 국민에게 막바로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전례도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유가 환급금’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해 서민 부담이 커지자 기름값 인상분의 절반을 국가가 부담한다며 초유의 세금 환급(Tax Rebate) 정책을 꺼내 들었다.

이는 법을 개정해 그해 1회에 한해 일정 소득 기준을 만족하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일용근로자에게 한 명당 소득세를 일제히 6만~24만원씩 깎아주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결과, 그해 연말까지 총 1435만 명이 유가 환급금 2조 6520억원을 계좌 입금이나 현금 수령 방식으로 돌려받았다. 말 그대로 정부가 거둬들일 세금 일부를 서민 통장에 현금으로 꽂아준 셈이다.

하지만 이 유례없는 정책은 강한 반발에 부닥쳤다. 추진 방식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환급금 재원을 그해 걷을 소득세 일부를 임의로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일단 들어온 세금을 바탕으로 지출해야 하는 예산의 기본 원칙(예산총계주의)을 깬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더 큰 문제는 면세자였다. 당시 각종 공제를 제할 경우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가 50%를 넘었다. 그러나 정부가 저소득층이 더 많은 돈을 받도록 제도를 설계한 탓에 깎아줄 세금이 없는 이에게까지 환급을 해주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같은 해 2월 미국이 경기 부양 목적으로 1억 3000만 가구에 1100억 달러를 환급하면서 면세자를 배제하고 세금이 많이 낸 이에게 더 큰 혜택을 준 것과 대조적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록 당시 정공법이 아니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정부가 이처럼 경기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바닥을 치고 빨리 회복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 정부가 2008년과 같은 파격적인 세금 환급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세수 호조세가 올해도 이어진다는 전제가 성립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정책 수단 선택의 문제다. 박 연구위원은 “세금 환급은 정책 당국이 모든 걸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개인이 돈을 어디에 쓰는 게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만큼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라며 “소득 재분배 효과를 고려해 소비 성향이 높고 빚 상환 부담이 큰 저소득층을 지원하면 계속 내려가는 경기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사실상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그해 정부 지출을 일시적으로 늘린다는 점에서 유가 환급금 같은 정책과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현행 복지 제도나 보조금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긴급히 현금을 주는 소득 증대 정책을 쓸지, 아니면 추경을 편성해 일반적인 일자리 지원 사업 등에 돈을 더 집어넣을지, 지금 우리 경제에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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