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日출연금 10억엔이 '기부금'?

  • 등록 2016-09-28 오후 7:39:55

    수정 2016-09-29 오전 9:26:40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화해·치유재단’에 일본 측이 내놓은 10억엔에 증여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공익을 위해 쓴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하지만 일본이 돈을 대는 것을 ‘증여’로 보는 것은 이 자금 성격을 ‘배상금’이 아닌 ‘기부금’으로 해석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재단법인 화해·치유재단 사업을 증여세 비과세 대상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달 29일부터 입법 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11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일본 정부가 지난달 31일 비영리법인인 화해·치유재단에 송금한 10억엔(약 108억원)에 증여세를 물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앞서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합의함에 따라 올해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에 현금 10억엔을 출연했다.

현행 상증법은 법인세를 내는 영리법인이 아닌 비영리법인이 남에게서 재산을 무상으로 받을 경우 받은 금액의 10~50%를 증여세로 내도록 하고 있다. 다만 종교·교육·복지 사업 등을 하는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은 세금을 물리지 않도록 예외를 뒀다. 구체적인 요건과 사업 범위는 시행령(12조)과 시행규칙(3조)에 규정했다. 기재부는 이 시행규칙에 화해·치유재단 사업을 포함해 증여세를 비과세할 방침이다. 일본이 낸 돈을 공공사업에 쓰는 만큼 세금을 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 정부 출연금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애초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작년 12월 두 정부 간 합의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공식 사과를 전제하지 않은 ‘졸속 이면 합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해 왔다. 일본 정부가 재단에 출연하는 10억엔 역시 전쟁 범죄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기 위한 ‘배상금’이 아닌, 정체가 모호한 자금이라고 문제를 삼았다. 지난 26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이 출연금이 “배상금적 성격을 띤 치유금이다”라고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자금 성격이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상증법상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가 이를 사실상 시혜적 성격의 기부금으로 인정한다는 게 될 수 있어서다. 예컨대 국가 간 협정과 국회 동의 등을 통해 오고 가는 배상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일본 정부 출연금에 증여세가 붙는 것 자체가 정부가 배상 책임을 이끌어내지 못해 민간 재단으로 돈이 입금된 탓인데, 세법을 통해 이를 또다시 용납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재부 관계자도 “피해자가 아닌 재단이 (일본 정부) 자산을 무상으로 이전받는 것이므로 이 출연금을 배상금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상증법상 공익법인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돈은 ‘출연’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기부와 그 의미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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