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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통위원 7명 중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이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을 두고 3:3 양상을 보인 것이다. ‘캐스팅보트(가부 동수인 경우 의장이 갖는 결정권)’를 쥔 이 총재가 최근 비둘기파 면모를 보이면서 지난달 기준금리가 동결됐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통위가 당장 8월께 인상에 나서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매의 발톱…“금리 인상 바람직”
한국은행이 12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지난달 24일 개최)를 보면, A 금통위원은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다소 축소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달 24일 당시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6개월째 1.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다만 A 위원의 언급은 사실상 ‘인상 소수의견’으로 읽힌다.
B 위원도 “경기 국면의 전환 가능성에 대비해 통화정책의 운용 여력을 확보해두는 차원에서 성장세가 견실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소수의견으로 공표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표현이다.
B 위원은 “완화적인 금융 상황이 이어질 경우 민간신용의 높은 증가세가 억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완화 정도를 축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C 위원은 “물가 상승률 추이는 하향세가 반전됐다”며 “물가 흐름의 상승세 확대 및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하며 인상 시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립 성향에서 다소 매파로 기운 발언으로 보인다. 직전 4월 금통위(매파 2명) 때보다 더 매파적 색채를 띠게 된 이유다. A 위원과 B 위원의 인상 발언 강도도 전보다 강해졌다.
여전한 비둘기…“불확실성 높다”
E 위원 역시 “통화정책과 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총수요 측면의 변화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아울러 현 시점에 물가를 예단하기에 많은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노동시장 상황 변화가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F 위원도 “경기와 관련한 여러 불확실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고용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통위가 7월 본회의 때 신호를 주고 8월 인상에 나서도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은 최근 한은의 인상 신호가 없다보니, 그 시기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창립 68주년 기념사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상은 하되, 당장은 아니다’는 메시지다. 올해 10월 이후에나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이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1bp(1bp=0.01%포인트) 하락한 2.721%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