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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청와대가 3차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를 초청한다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표가 있은 후 국회 인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 반응이다.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은 공식적으로 국회의장단은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불참의 뜻을 밝혔다. 청와대가 초청한 국회 인사 9명 중 6명이 함께 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국회가 동참해달라고 한 것은 이미 지난 8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직접 요청했던 사안이다. 또 5당 대표들 역시 문희상 의장과의 만남에서 함께 방북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왜 청와대의 방북요청에 이렇게 싸늘하게 반응한 것일까.
국회 인사들로부터 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청와대가 사전에 전혀 논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한 게 문제가 됐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임 실장의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과 사전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에 “아직 일일이 설명드리기 전”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일요일(9일)에 문 의장으로부터 (정상회담에) 정당대표들 참석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이 있었다는 말을 전해듣고 어제(10일) 최고위 사전회의 후 바로 문 의장에게 못가겠다고 전화를 드렸다”며 “그런데 오후에 TV에서 임 실장이 국회의장단과 당대표를 초청한다는 회견이 나왔다. 상당히 놀랐고, 언짢다”고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장단과 일부 야당 대표들의 방북은 이미 물건너갔고 오히려 야당들의 공세만 높아질 게 불보듯 뻔하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청와대는 국회를 상대로 유사한 경험을 이미 많이 축적했다. 국회를 어떻게 대해야 협치를 할 수 있는지 모를리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악한 국회’는 ‘선한 청와대’를 따라와야 한다는 식으로 국회를 대할 것인지 궁금하다. 청와대가 이같은 일방통행식 행태를 바꾸지 않는 한 여소야대 국회와의 협치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