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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불을 당긴 것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그는 ‘부부싸움 끝에 노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권은 다분히 의도적인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하필이면 왜 지금’이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포문을 열고 추미애 대표까지 나서 정 의원에게 ‘최악의 막말’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씨는 25일 정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앞서 정 의원은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유감 표명을 했지만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앞두고 벌어진 일에 대해 재론하는 것은 서로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선뒤 “정 의원 발언을 놓고 민주당이 침소붕대해 문제를 키우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640만달러 뇌물사건 재수사, 그리고 범죄수익 환수 문제로 귀착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 발언을 계속 문제 삼을 경우 노 전 대통령의 뇌물사건 재수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얘기다. 성완종 게이트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홍 대표로선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황인 점을 감안해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조현오 전 검찰총장 후보자는 한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 차명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그것 때문에 뛰어내린 겁니다”라는 발언으로, 2012년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징역 8개월형을 받았다. 조 전 검찰총장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정 의원 역시 개인적인 정치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의 ‘적폐청산’에 맞서 현 정부를 ‘신(新)적폐’로 규정한 한국당의 당론 역시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가 만든 적폐 프레임에 한국당이 역공세를 펼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특정 대상이나 정책적 명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출범 6개월밖에 안된 정부를 대상으로 적폐 프레임을 씌우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과거 10년(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과오와 부패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의원의 ‘노 전 대통령 서거원인’ 발언은 정부여당과 한국당의 대결구도를 정점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촛불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문 정부와 민주당이 제1야당인 한국당과 어떤 협치를 모색할지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