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위기 임박…1998년 모라토리엄 재현되나

16일 국채 이자 지급해야…외화 묶여있어 지급 불가
"1998년 모라토리엄 선언과 달리 지급능력은 충분"
"금융위기 없겠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 연쇄 타격"
  • 등록 2022-03-14 오후 5:49:43

    수정 2022-03-14 오후 9:15:4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오는 16일(현지시간) 달러화 표시 채권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지난 1998년에도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실제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사진=AFP)
금융시장, 러시아 디폴트 ‘기정사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러시아의 국채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러시아가 약 6400억달러(한화 약 790조 7200억원)에 이르는 외화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방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재로 사용할 수 있는 달러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보유한 외화의 상당액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의 해외 금융기관에 보관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은 약 1700억달러(약 210조 2730억원)의 러시아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외화 채권은 200억달러(약 24조 7400억원)다. 러시아 전체 외환보유액 6400억달러(약 790조7200억원)의 3% 수준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빚을 갚을 능력이 되지만 접근할 수가 없다”며 “디폴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채권 보유자가 기한 내에 이자나 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러시아 국채 가격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91% 넘게 급락했다. 지난 2월23일 2047년 만기 러시아 국채 가격은 95.5센트였으나, 3월11일에는 8센트를 기록했다.

러시아, 1998년에도 모라토리엄 선언

러시아는 1998년에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는 소비에트연방 붕괴 직후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인해 러시아의 석유, 천연 가스, 금속 및 목재와 같은 원자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이들 상품은 러시아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했다. 동시에 러시아로 들어오는 해외 투자자금도 끊겼다. 러시아 경제는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와 국내 세수가 급격히 줄었고, 기업들의 임금 체납으로 곳곳에서 파업이 발생했다. 루블화 가치는 한 달 만에 3분의 2가 증발했고, 러시아는 결국 채무 상환 능력을 상실해 90일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국제 금융시장 충격도 컸다. 신흥국은 물론 미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던 미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대규모 손실을 보고 파산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고점 대비 24% 급락했다.

1998년 당시에는 정말로 돈을 갚을 능력이 없어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면, 지금은 상환 능력이 충분함에도 인위적 제재로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했다는 점이 다르다. JP모건은 올해 러시아 경제가 당시와 견줄 만한 생산 감소를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수출은 약 13%, 내수는 약 10%, 수입이 약 30% 감소하고, 경제적·정치적 고립이 심화하면 장기적으로도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위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

다행인 것은 러시아 경제 또는 빚 규모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수준은 1.3%에 불과하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러시아 디폴트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아니다”라며 “전세계 은행들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1200억달러로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중국 등 신흥시장이 연쇄적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을 통한 리스크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CDS는 국가 부도 위험 자체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파생금융상품으로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투자한 채권의 원리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 판매자가 이를 물어줘야 한다.

야마토증권 영국 런던 리서치센터의 스가노 타이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CDS 판매자 중엔 헤지펀드가 많아 누가 어느 정도 위험을 안고 있는지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며 “금융기관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으면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가 16일에 이자 지급에 실패한다하더라도 30일 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당장 디폴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 달 15일까지 상환하지 못하면 공식 디폴트가 결정된다. 이는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가 CDS 계약자들로부터 요청을 받은 뒤 최종 결정하는데, 이후에는 IMF 등 국제 금융기관이 개입해 채권자들과 논의한 뒤 원금 일부를 삭감하는 등 채무조정 절차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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