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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된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공식 추도식에 참석해 임기 중 추도식 참석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지역과 계층, 세대의 경계를 허물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문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인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고 문 대통령에 정치를 ‘운명’으로, ‘운명’을 넘은 ‘숙명’으로 만든 것도 노 전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 드린다”는 말로 ‘조건부 작별’을 단행했다. 매년 추도식에 참석해왔던 문 대통령은 처음 남긴 추도사에서 ‘작별’을 꺼내며 굳은 통합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자연인으로서는 얼마든지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했으나 대통령이라는 공직에 오른 이상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만 참석하고 다른 전임 대통령의 추도식에 불참하게 되면 통합 메시지를 설파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여겨진다. 실제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도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사는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말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보수 정권의 실패 뿐만 아니라 민주 정권의 실패도 인정하면서 모두를 안고 가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그는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참여정부의 실패도 되짚었다. 문 대통령은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노무현의 좌절 이후 우리 사회, 특히 우리의 정치는 더욱 비정상을 향해 거꾸로 흘러갔고 국민의 희망과 갈수록 멀어졌다”며 노 전 대통령의 실패가 대한민국의 비정상화를 가속화시켰음을 주지했다. 문 대통령은 “완전히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의 개혁 의지도 다졌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온 대한민국이 지지하는 후보를 원했던 만큼 이날도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말로 통합의 메시지를 거듭 던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경남과 경북, 대구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대통령 스스로에게 여전히 남은 과제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넘어서겠다는 결심을 “문재인 정부가 못다 한 일은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 나가겠다”는 말로 재확인했다. 전임 민주정부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다음 민주정부가 계승해달라는 당부의 목소리인 것이다.
오찬 자리에는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경수 의원, 민홍철 의원,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허성곤 김해시장 등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