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1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080.9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083.0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1일만 제외하면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원화를 팔고 달러 매수에 나선 것은 이탈리아발(發) 불확실성이 위험회피 심리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연립정부 구성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조기 총선설이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기 총선이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성격을 띨 것으로 본다. 연정 실패 원인이 이탈렉시트 가능성과 연관돼 있어서다.
문제는 이탈리아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의 3위 경제대국이다. 이탈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이달 들어(29일 현지시간 기준) 무려 4.5% 폭락했다.
이런 분위기는 외환시장뿐이 아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 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96%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6608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이는 지난달 25일과 2월1일을 제외하면 거의 3년 만에 가장 많이 팔아치운 것이다. 이날 국내 기업 관련 악재도 있었지만 위험회피 분위기가 외국인 매도세를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국가 부도위험도 상승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한국 외평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5.59bp(1bp=0.01%포인트)로, 전일 대비 3.52% 상승했다. 지난 16일 이후 최대 폭 상승한 것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탈리아발 위험회피 심리가 원화 및 원화 자산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원화 가치도 크게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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