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美위스콘신에 11.2조원 들여 LCD 공장 짓는다(종합)

트럼프·로비스트·폭스콘 합작 정치쇼?
일자리 1만3000개 창출, 평균 연봉 6000만원
  • 등록 2017-07-27 오후 5:03:08

    수정 2017-07-27 오후 5:03:08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이폰 조립업체 대만 폭스콘이 미국 위스콘신주(州)에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등을 생산하기 위한 100억달러(한화 약 11조2000억원)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폭스콘은 애플의 가장 큰 협력업체로 대부분의 아이폰을 중국 공장에서 조립·생산한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26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향후 3년 간 100억달러를 들여 위스콘신주에 2만 제곱피트(약 1858㎡)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장에선 아이폰 액정과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의 TV에 쓰일 액정디스플레이(LCD)를 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동석한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앞으로 15년 동안 폭스콘에 30억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공장 건설 초기에는 3000개, 궁극적으로는 1만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평균 급여는 연 5만3000달러(약 6000만원)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위스콘신주 관계자는 에른스트앤영의 평가 결과를 인용, 1만3000개의 잠재적 일자리 외에도 간접고용 효과에 따른 일자리가 최대 2만2000개, 일시적이지만 건설직 일자리도 최대 1만개가 생길 것이라고 거들었다.

폭스콘의 이번 발표는 8월초로 예정됐던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졌는데,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WSJ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콘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공장이 들어설 곳으로는 위스콘신주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뉴욕 및 다른 주에 있는 무직자들은 생산 설비가 들어서게 될 위스콘신주나 아이오와주, 콜로라도주 등으로 이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가 백악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숟가락을 얹으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폭스콘의 미 공장 건설 대해 “미국 구매(Buy America) 원칙, 세제 개혁 및 인프라 지출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해 대선 기간 미국 기업들의 중국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면서, 위스콘신주에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바 있다.

폭스콘은 또 위스콘신주 외에도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및 텍사스 등 7개 주에 대한 투자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친(親)트럼프 유권자인 노동자 계층이 대부분인 곳들로, 일부는 작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밝힌 애플의 대규모 미국 공장은 폭스콘이 계획하고 있는 공장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 3개의 크고 아름다운 공장을 건설하기로 약속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하지만 애플은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어, 폭스콘의 미 공장 설립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을 재차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폭스콘의 투자 계획이 다소 부풀려져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 로비스트, 폭스콘 등이 합작해 만든 정치 작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투자 규모가 너무 큰데다 폭스콘이 실제로 100억달러나 되는 돈을 미국에 투자할 것인도 불분명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폭스콘은 3년 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현지 근로자를 채용해 전자제품을 제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투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작년 미 펜실베니아에 약속한 3000만달러 규모의 하이테크 공장 투자도 마찬가지다.

폭스콘은 지난 해 인도에 5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며, 중국에는 쿤산에 36억5000만달러, 광저우에 88억달러를 각각 투자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위스콘신 투자금액까지 합치면 총 275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폭스콘의 모회사인 홍하이그룹이 지난 23년 동안 쓴 돈보다 많다.

애플이 지난 5월 미국의 첨단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 규모는 폭스콘 투자액의 10분의 1에 불과한 10억달러다. 이 펀드를 통해 아이폰 유리를 만드는 미 기업 코닝에 투자한 돈이 2억달러다. 100억달러는 애플이 코닝에 투자한 돈의 50배에 달한다.

위스콘신주가 30억달러의 세제혜택을 주고 약 3만개의 일자리를 얻게 된다고 가정하면, 납세자 한 명을 10만달러에 산 셈이 된다. 폭스콘의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져 모두가 윈-윈이 되면 좋겠지만, 궁극에는 30억달러의 세제 혜택을 받는 폭스콘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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