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만 모이면 집단소송…'소송 남발' 부작용 우려

법조계 "소비자 권익보단 변호사 먹잇감" 비판도
집단소송허가 걸린 국민참여재판 '여론재판' 우려
기업, 자료 제출 명령 불복하면 피해자 주장 인정
  • 등록 2020-09-24 오후 4:24:00

    수정 2020-09-24 오후 9:12:14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법무부가 집단소송제(집단소송법 제정안) 도입과 징벌적 손해배상제(상법 개정안) 전면 확대를 추진할 뜻을 밝히자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의 올해 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조계는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ㆍ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 등 시민단체가 지난 2018년 10월 국회 앞에서 집단적 소비자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집단소송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법무부가 23일 발표한 집단소송제·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 법안의 쟁점은 남용 우려다. 50명 이상만 모이면 손해배상청구 절차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집단소송 허가 결정을 내리는 1심에는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적용된다. 법리 싸움보다는 여론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집단소송제는 증권 분야에만 한정해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입법예고에 따르면 앞으로는 제한 없이 모든 분야로 확대된다. 피해자 중 50명 이상이 모여 소송을 제기하면 결과에 따라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다.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역시 종전까진 개별 법률에 적용됐다면 앞으로는 상법, 즉 모든 분야로 확대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의 위법행위로 인한 실제 손해액보다 더 큰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실제 손해액의 5배 한도로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 폭증은 불 보듯 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법조시장의 새로운 먹잇감이 생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원고 혹은 피고가 10인 이상인 집단소송(1심 다수당사자 민사 소송 기준)은 8244건이다. 지난 2014년 6812건에서 4년 새 1432건이나 늘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피해자 100명이 10만 원씩만 착수금을 지급해도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에겐 승소를 하면 ‘대박’, 패소해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게임이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승소한다 해도 생각만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지난 2월 마침표를 찍은 국내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의 첫 사례인 ‘씨모텍 주가조작’ 사건은 피해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1인당 겨우 29만 원 가량을 배상받았을 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입증 책임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기업이 자료 제출 명령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피해자 주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40일 간의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등을 거쳐 집단소송제·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입법예고기간 중 여론 수렴, 법제처 심의를 거쳐 이르면 연말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겠다는 것.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데다 민주당이 176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 통과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집단 소송 1건만 승소해도 평생 먹고살 돈을 번다는 얘기가 있다”며 “한국에도 자연스레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와 이를 막기 위한 대형로펌 전문팀이 생기는 등 새로운 법조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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