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연준 “올해 4차례 금리 인상” 예고…경기과열 시 금리인상 가속화↑
연준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75~2.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와 함께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총 4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존 3차례에서 4차례로 늘어난 것이다. 점도표란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위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기준금리에 점을 찍는 분포도다. 위원들이 생각을 담은 일종의 설문조사와 같다. 점도표는 위원들의 머릿속에 있는 금리 인상 스케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5명의 FOMC 위원들 중 8명이 올해 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점쳤다. 지난해 12월 4명, 올해도 3명, 7명으로 이 숫자는 계속 늘었다. 다만, 내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기존 3차례 인상 시각을 유지했다. 2020년엔 2차례에서 1차례로 하향 조정했다.
연준 위원들이 생각이 바뀐 바탕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깔렸다. 이날 공개된 성명서를 보면 연준은 경제활동에 대해 기존 ‘완만한 속도’ 대신 ‘견조한 속도’로 증가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2%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 전망치도 기존 3.8%에서 3.6%로 낮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는 고무적이고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미국 경제가 매우 잘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신흥국이다. 우선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강화됨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맞물려 신흥국에 몰려 있던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미국 금융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자금이탈 우려에 시달리는 신흥국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서 연쇄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확대된 것이다. 타이후이 JP모건 자산운용 아시아 수석전략가는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고 달러화 가치가 오를 때 아시아는 힘들어지고 신흥시장에 고통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ECB도 이달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CB는 유로존 경기 부양을 위해 매달 300억유로의 회원국 국채를 사들였다.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멈추면 그만큼 유로존에 공급하던 현금이 줄어든다. 자칫 유로존의 경기가 경색될 수 있다. 다만 금리인상은 유로존 경제성장 둔화, 미국과의 무역갈등 심화, 국제유가 상승세, 이탈리아 정치 불안 등으로 지연될 전망이다.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연준의 금리 인상에 앞서 기준금리를 인상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3년간 500억달러(약 53조5000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날 75억달러에 대한 사용승인을 IMF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금융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신흥국들도 긴축 대열에 동참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자금이탈 우려가 커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그동안 양적완화로 매입해 온 국채가 크게 불어난 상황이어서 쉽게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부채 상환 압박을 키우고 재정적자를 늘리는 등 자국 경제에 독이 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무역전쟁 가능성이 한껏 높아진 최근의 글로벌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쉽게 긴축으로 돌아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신흥국들의 연쇄 디폴트 우려, 이른바 6월 위기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13년의 긴축발작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 통화정책은 전 세계적 기준금리 여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에 따른 여파가 신흥국 자산에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의 신흥국 통화 위기가 1997년 아시아를 덮친 외환위기를 연상하게 한다고까지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