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년3개월만 최저치…투심 위축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4.34포인트(1.50%) 내린 2248.45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5월 4일 2241.24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72% 떨어진 755.65로 지난달 23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지난 8일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러시아 루블화가 폭락한데 이어 터키 리라화도 급락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터키 리라화는 지난 10일 달러 대비 12.4% 상승(리라화 가치 하락)한데 이어 이날도 달러·리라 환율은 장중 7.24리라까지 치솟으며 리라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흔들리는 유럽 신흥국 펀드
터키 리라화 급락에 유럽 신흥국 펀드도 흔들리고 있다. 수익률 하락 폭이 커졌으며 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는 것.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신흥유럽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한 주 동안 4.02% 하락했다. 해당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가 0.39% 상승했던 것과 대비된다. 설정액도 감소했다. 한 주간 신흥유럽주식형 펀드에서 약 3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연초 대비해서는 약 997억원의 설정액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환종 NH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터키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이라며 “터키 정부가 신뢰할만한 정책 변화를 보여줄 때까지 리라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도 “터키의 지난 5월말 단기외채 규모가 약 1200억달러(한화 136조원)로 외환보유고의 두 배에 달한다”며 “리라화 약세가 낳을 터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지는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그럼에도 터키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권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터키 익스포져는 17억달러로 0.8%의 비중에 그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지 않는 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규모”라고 판단했다.
다만 터키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실적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16년 터키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시네맥시멈을 인수한 CJ CGV(079160)의 터키 법인은 2분기 정치적 이슈에 따른 정국불안으로 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외환위기로 인한 환차손 우려에 이날 주가가 10% 넘게 빠졌다. 터키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차(005380)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도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이었던 미국과 일본에서 통화긴축 스탠스가 감지된 것이 신흥국 불안을 확대시킨 주요 배경”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일본은행(BOJ), ECB 등에서 다시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신흥국 관련 금융시장 불안이 주가 약세로 이어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