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세·법인세 증세 방안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5억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표는 소득액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뜻한다.
소득세는 ‘조세정의’, 법인세는 ‘세수 2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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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추 대표의 주장은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이 없다’고 선을 그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정책 혼선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이 세제 개편 방안을 건의함에 따라 당·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세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학계나 업계에서는 소득세보단 법인세 증세를 놓고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과세표준 5억원 소득을 넘는 슈퍼리치(초고소득자)는 대상자가 많지 않아 이렇게 올려도 세수가 많이 안 늘어난다”며 “증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고려해 우선 고소득자들에 세금을 올리는 조세정의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법인세는 세수를 고려했다. 추 대표는 “이렇게 법인세를 개편하면 (연간) 2조9300억원의 세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걷은 총 법인세 52조1000억원 대비 5.6% 수준이다.
세 부담이 오르는 기업은 100개 이내가 될 전망이다. 2015년에 신고한 59만1694개 법인 중 과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233개 기업이다. 현행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는 과표 2000억원 구간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법인세율 25%로 적용받는 과표 2000억원의 기업을 산술적으로 추정해 보면 100개 이내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세 방향 맞다” Vs “중소기업에 세금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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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교수도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어 정책 혼선을 빚은 것”이라며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는 조세정의 측면에서 논의해볼 만하다. 하지만 법인세를 이렇게 당장 올리면 경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증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법인세부터 우선 증세를 해야 하는 게 맞다”며 “예상보다 공약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것으로 법인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교수는 “투자나 고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며 “반기업 정서로 흐르지 않도록 기업들에 대한 양해도 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