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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중 2060선 초반대(2063.30)까지 폭락해 1년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무려 13% 넘게 폭락했다. 연 고점 대비로는 22% 가량 떨어졌다. 확정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0.89배 수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0.8배로 내려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올해 코스피 상장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2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내년엔 210조원대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 치곤 증시 흐름은 야박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 전망치가 시간이 갈수록 하향 조정된다는 점에서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1곳 이상인 260개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05조8200억원으로 한 달 전(207조4600억원)보다 1조6400억원 줄었다. 석 달 전엔 209억원대에 달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 이어 코스피 3분기 실적에서도 반도체 의존도는 절대적으로 클 것”이라며 “코스피 영업이익의 전년대비 증가율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기여율이 96%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는 3분기 실적을 고점으로 4분기부터 감익이 나타날 전망이라 올 4분기나 내년 연간 실적 전망치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엔 시총 20% 차지하는 반도체가 이익 증가 깎아먹어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은 아직까지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전망치의 하향 조정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214조4400억원으로 한 달 전(217조1900억원)보다 2조7500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40%나 차지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보다 각각 1.1%, 1.9% 줄어든다. 올해와 달리 반도체주가 실적 증가에 외려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전체의 38%에 달하는데다 양국이 무역분쟁을 벌이며 경기둔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단 우려까지 번졌다. 이런 환경이라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더뎌질 수 있지만 그렇다해도 달러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달러인덱스는 96을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무려 28.7원 오른 1138원을 기록했다. 투자 환경 악화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3조6000억원 가량을 내다팔았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흥 아시아의 증시 낙폭이 유독 큰 것은 세계 교역량 축소, 달러화 강세, 실적 성장 모멘텀 정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무역분쟁에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간다면 신흥 아시아가 받는 충격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확장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미국 증시 역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연쇄적으로 국내 증시도 흔들릴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단 분석도 나온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하락폭을 키울 수 있는 변수들이 남아있다”며 “경기 둔화에 대한 눈높이만 낮아졌을 뿐 다운사이드 리스크에 대한 하락폭은 아직 반영되지 않아 긴장의 끈을 이어가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