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마이너스 유가까지…커지는 美에너지기업 연쇄부도 우려

WTI·브렌트유 가격 10달러대 폭락
코로나 탓 '산업 근간' 원유 투매 양상
일부 유종들은 마이너스 유가 일상화
근본 원인 코로나…감산 노력 역부족
美 셰일업계·일부 산유국 불안 점증
  • 등록 2020-04-22 오후 10:28:47

    수정 2020-04-22 오후 10:28:47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 지역에 있는 원유 저장탱크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국제유가가 바닥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일시정지’ 하면서 산업의 근간인 원유 수요가 급감한데 따른 것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은 배럴당 10달러대에서도 투매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 유종은 이미 마이너스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초저유가는 경제에 큰 악재다. 당장 미국 셰일가스업계의 줄도산이 가시화하고 일부 산유국의 신용 리스크가 본격화할 수 있어서다.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 다시 말해 세계 경제의 일본화(化)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산업의 근간’ 원유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이날 6월 인도분 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43.4%(8.86달러) 폭락한 11.57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50달러까지 밀렸다.

6월물 WTI 가격이 40% 넘게 빠진 건 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전날 5월물 WTI가 배럴당 -37달러로 마이너스(-) 영역까지 내려간 것은 만기일(21일)을 맞아 근원물을 팔고 원월물을 사는데 따른(롤오버·만기연장) 기술적인 요인이 컸을 뿐, 6월물은 20달러 선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경제활동을 멈춰세운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생각 이상으로 컸기 때문이다. 심지어 7월 인도분 WTI 역시 20달러를 하회했다.

앞으로 몇 달은 코로나19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는데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 선물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6월물에서 7월물로 갈아타고 있다. 6월물도 5월물처럼 마이너스 추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17달러선까지 밀렸다. 브렌트유마저 20달러가 무너진 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내륙에서 퍼올리는 WTI와 달리 해상 유전에서 나오는 브렌트유는 운송·저장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브렌트유 가격 폭락은 건 전세계 원유 수요가 바닥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연대체인 OPEC+의 합의대로 다음달 1일부터 970만배럴의 감산이 이뤄져도 유가 폭락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500만배럴 규모 전략비축유 매입도 수요가뭄을 해갈하는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씨티는 “수요가 살아나려면 하반기는 돼야 한다”며 “향후 4~6주간 원유 저장공간의 부족 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3대 벤치마크(WTI·브렌트유·두바이유) 외에 일부 유종은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에너지거래업체 머큐리아에너지에 따르면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생산하는 아스팔트용 저등급 원유는 이날 머큐리아에너지를 통해 배럴당 -6.55달러에 거래됐다. 원유 보관 비용이 판매가보다 높아 돈을 주고서라도 저장고를 비우려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벌어진 ‘기현상’이다. 콜로라도주에서 나오는 북중 콜로라도 원유와 북동 콜로라도 원유는 각각 -1.00달러, -1.02달러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유가의 일상화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산물인 마이너스 금리 이상 가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美 셰일가스업계, 연쇄 부도 위기

배럴당 50~60달러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한참 밑도는 초저유가는 경제에 악영향이 더 많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미국 셰일가스업계의 연쇄 부도 가능성이다.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50달러로 알려져 있다. 셰일 채굴 비용이 유가보다 비싸진 데다 코로나19로 수요마저 급감하는 건 셰일가스 업체들에겐 치명타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에너지업계의 파산이 급증하면 에너지 하이일드 채권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금융시장으로 위험이 옮겨갈 수 있다”고 했다.

저유가로 신흥 산유국들 경제와 재정이 급격히 악화하는 것 역시 세계 경제에 큰 불안 요소다. △꽉 막힌 원유 수출길 △뚝뚝 떨어지는 유가 △관광 감소 따른 경상수지 악화 등 변수는 한 두개가 아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악재 중 악재다.

디플레이션 리스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급감으로 이미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가 폭락은 각국의 물가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공산이 높다”며 “세계 경제가 자칫 장기불황에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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