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프리즘]‘도끼 난동’ 후 풀려난 새 ‘흉기 살해’…조현병 환자 형량은

서울북부지법, 흉기로 이웃 살해한 혐의 A씨 첫 공판
A씨, 앞서 '도끼 난동'으로 1심 집유…‘조현병’ 인정
도끼난동 항소심 중 이웃 흉기로 20회 찔러 숨지게 해
A씨 측 ‘이웃 살해’ 첫 공판에서 심신미약 재차 주장
  • 등록 2021-02-16 오후 4:56:01

    수정 2021-02-16 오후 9:26:1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서울 도심에서 도끼를 들고 난동을 부려 구속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50대 남성이 넉 달 만에 살인을 저질러 다시 법정에 섰다. 평소 앓던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를 재차 주장하고 나서 ‘도끼 난동’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웃 흉기 살해’ 사건에서도 감형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살해 현장 사건 이미지. 사진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다.(사진=이미지투데이)
16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마성영)는 흉기로 60대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서울 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A씨는 이날 녹색 수의복에 마스크와 안면보호막을 착용하고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은 “작년 11월 21일 오후 8시 30분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다세대주택 1층 쪽방 통로에서 부엌칼 등으로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복부를 20회 이상 찔러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했다”며 A씨의 살인 혐의 공소사실을 밝혔다.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냐, 불인정하냐”고 묻자 A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어”라고 대답했다. 이어 재판장이 “인정한다는 얘기인가, 불인정한다는 얘기인가”라고 거듭 확인하자 A씨는 “어 인정한다고”라고 반말로 대답했다.

또 재판장이 생년월일, 직업, 주거지 등 신원을 확인하는 질문에 A씨는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신원에 관한 질문은 진술을 거부하고, 살인혐의 공소사실은 인정한다고 하자 재판장은 변호인과 교도관에게 피고인이 A씨 당사자가 맞는지 신원을 확인하기도 했다.

피해자를 살해한 뒤 자수한 A씨는 앞서 일으킨 ‘도끼 난동’ 사건처럼 똑같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다. A씨 변호를 담당한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이 작년 6월 8일 정신감정을 통해 조현병으로 진단받았고 특수협박 사건에서도 심신미약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과잉에 따른 뇌 질환으로, 망상과 환각,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 등의 사회 인지기능 저하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과거에는 정신분열병으로 불렸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A씨가 혐의를 인정한 ‘도끼 난동’과 ‘이웃 흉기 살해’ 사건의 피해자들 모두 A씨와 친분이 없다. 불특정 상대 ‘묻지 마 범죄’의 일종인 것이다. 피고인이 조현병을 앓는다는 이유로 ‘묻지 마 범죄’ 사건에서 감형을 받은 사례는 최근 서울 다세대주택 방화사건과 여성 행인을 폭행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서울역 묻지마 폭행사건, 여성 혐오 범죄로 알려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A씨도 ‘도끼 난동’ 사건으로 작년 7월 1심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도끼를 들고 “다 죽일 거야”라면서 불특정 다수를 위협했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한 사유를 전했다.

검찰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법원은 보호관찰 명령을 했지만, 당시 집행유예로 풀려난 A씨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보호관찰을 받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A씨는 2심 첫 재판을 받은 지 불과 9일 만인 작년 11월 형 확정 전 공백 기간에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이웃 흉기 살해’ 사건 재판부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A씨가 주장하는 심신미약을 입증하기 위해 법원 양형조사관에게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법에 규정된 감경 또는 가중 요소를 판단해 피고인에게 선고할 실제 형량을 정하겠다는 의미다.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는 A씨가 피해자 유족과 합의 여부가 없는 점은 양형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A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합의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공판기일은 다음 달 26일로 예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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