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친일하면 3대 떵떵’, 바로 잡는 게 해방된 조국”(종합)

4일 3.1절 100주년 맞아 해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 격려
“독립유공자 희생·헌신, 대한민국 뿌리” 강조
“독립유공자 후손 찾아 제대로 예우하는 일 국가의 책무”
  • 등록 2019-03-04 오후 6:11:18

    수정 2019-03-04 오후 6:11:18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입장하는 장병훈 독립운동가의 외손녀 심순복 씨와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과거 우리나라에는 ‘친일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 말이 있었다. 친일한 사람들은 당대에 떵떵거릴 수 있었고, 자식들을 잘 교육시키고, 유학도 보내고 그렇게 해서 해방 후에도 후손들이 잘살 수 있었다. 반면에,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가족들을 제대로 돌봐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정말 뿔뿔이 흩어지다시피 한 가족들도 있었다. 자식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식들까지도 오랜 세월 고생을 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친일파와 독립운동 후손들의 엇갈린 삶을 예로 들면서 “그런 것을 바로잡는 것이 해방된 조국이 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 “남북이 함께 협력해 나간다면 우리가 독립 운동가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후손들을 찾아서 대접하고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독립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대한민국의 뿌리라는 것을 되새기며 커다란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정우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100년의 역사 함께 기억하겠습니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이 해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을 잊지 않고 있다는 감사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것.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1시간 50분 동안 오찬을 겸해 열린 행사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호주, 캐나다, 영국, 브라질에 거주하는 8개국 64명의 독립유공자들이 초청됐다.

文대통령 “독립유공자 희생·헌신, 대한민국 뿌리” 강조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여러분의 이야기가 곧 대한민국의 역사”라며 “독립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대한민국의 뿌리라는 것을 되새긴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 브라질, 호주, 카자흐스탄, 영국, 캐나다에서 선조들의 정신과 뜻을 지키고 전해오신 후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독립유공자들의 업적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13도 연합 의병부대를 이끌고 서울로 진격했던 왕산 허위 선생 △러시아에서 국권회복을 도모하다 순국하신 이범진 공사 △일본 육사를 졸업한 뒤 1919년 6월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군 지도자의 길을 걸은 김경천 선생 △목숨을 걸고 3.1독립운동과 일제의 제암리 학살사건을 세계에 알린 스코필드 박사 △대한매일신보의 발행인으로 일제의 침략과 만행을 세계에 알렸던 베델 선생 등 국내외에서 활동한 독립운동지사들을 소개하면서 “3.1독립운동으로 우리는 식민지의 백성에서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태어났다. 독립과 자유, 정의와 평화를 향한 열망을 행동으로 실천해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3.1독립운동은 우리 안에 있던 나이와 성별, 신분과 계층, 지역과 종교의 벽도 허물었다”며 “양반이나 지식인들이 아니라 평범한 민초들이 일제의 억압과 차별에 맞서 함께 독립을 열망했고, ‘민주공화국’을 염원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 항쟁을 이끈 독립유공자를 발굴하고 후손을 찾아 제대로 예우하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면서 “분단이나 해외 거주 등의 이유로 발굴하지 못한 독립유공자가 많다. 독립운동 사료수집과 함께 국내외에서 마지막 한 분의 독립유공자까지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 국외의 독립운동 사적지 복원과 보존·관리에도 더욱 힘쓰겠다”며 △러시아 연해주 최재형 선생 전시관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 기념관 △중국 충칭의 임시정부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의 복원 △미국 필라델피아 서재필 기념관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文대통령 “아직도 찾지 못한 독립운동가 많다” 아쉬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이날 행사 참석과 관련해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온 정영자 씨(69)는 1919년 황해도에서 독립운동에 참가하고, 군자금 모금활동을 전개했던 한철수 지사의 후손(며느리)으로 “시아버님이 독립운동으로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시고, 사형선고로 수감 중 해방이 되어 극적으로 살아나셨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제가 시아버님 덕분에 이 자리에 참석하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순국한 정문용 지사의 증손녀 김예서 씨(미국 거주·25)는 “서대문형무소, 역사박물관과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면서 증조할아버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의 나라를 위한 희생정신과 애국심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며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님과 함께 입장하고 애국가를 부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 운반, 군자금 전달, 국내와 임시정부 간 연락 등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한 영국인 쇼 선생의 후손인 캐서린 베틴슨 씨(영국 거주 방계손녀·70)는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쇼와 같이 불의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도왔던 많은 애국자들을 기리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라며 “한국이 얼마나 멋진 나라가 되었는지 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매일신보, 코리아 데일리뉴스를 발행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만행을 세계 각국에 알렸던 영국인 베델 선생의 후손인 수잔 제인 블랙 씨(영국거주 손녀·64)는 이번 초청을 계기로 베델 선생의 유품을 국가보훈처에 기증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잊혀진 독립운동가의 발굴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찾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이 많고, 독립운동가는 찾아서 서훈까지 다 마쳤는데 그 후손을 찾지 못해서 서훈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분들도 아직 많다. 1,000명이 넘는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 “특히 러시아하고 중국 쪽에 많은데 분단 때문에 기록들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탓도 있었을 테고, 그 현지에서도 가족들의 삶에 많은 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기록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을 것 같다”며 “현지 고려인들 모임이라든지 중국 동포사회에서 독립운동을 한 분들을 발굴하는 일에 함께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8개국 독립유공자 후손 60여명 참석…6박 7일간 독립운동 발자취 돌아봐

한편 이날 오찬에는 △1920년 미국으로 건너가 한인비행사양성소 교관으로 활동한 장병훈(애족장)의 외손녀인 심순복(70세) △베델(대통령장)의 손녀인 수잔 제인(64세) △중국지역 독립운동 사료 수집 및 후손 발굴에 기여한 이승희(60세) △전성걸(애족장)의 자녀인 전춘희(78세) △한철수(애국장)의 손녀인 한희정(44세) △이원수(대통령 표창)의 손녀인 송잔나(61세) △의병장 허위(대한민국장)의 증손녀인 허춘화(61세) 씨 등 8개국 독립유공자 후손 60여명이 참석했다. 또 대한민국임시정부 2대 대통령인 백암 박은식의 장손인 박유철 광복회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한완상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아울러 이번에 초청된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지난 2월 27일부터 6박7일의 일정으로 방한, 국립 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서대문형무소와 독립기념관 등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대한민국의 문화와 발전상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일정에 참여하고 있다.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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