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IMF 손 벌린 아르헨…10년 유동성 파티, 재앙 되나(종합)

아르헨 페소화, 연초 대비 17% 폭락
터키 리라화·브라질 헤알화 '평가절하'
美 인상에 신흥시장 '긴축 발작' 우려
주요 신흥국 부도위험지표 '고공행진'
아르헨티나 결국 백기…IMF 원조 요청
"韓 외환 부문은 건실" 평가 나오지만
위기 후 경제 위축시 교...
  • 등록 2018-05-09 오후 8:38:24

    수정 2018-05-09 오후 8:38:54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긴축 발작(테이퍼 탠트럼)’의 전주곡일까. 대표적인 신흥국인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원조를 요청하며 공포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이어졌던 유동성 파티가 일시에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연일 급락하며 자국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고, 터키와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 통화도 내리막길이다. 만에 하나 신흥국발(發) 금융위기가 재발한다면 우리나라도 ‘딴세상 얘기’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헨 페소화, 17% ‘폭락’

9일 이데일리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이른바 ‘5대 취약국(fragile 5,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의 통화 가치를 분석해보니,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가치는 올해 들어 16.73%(9일 고시환율 기준) 평가 절하됐다. 터키 리라화도 12.74%나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는 연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같은 기간 브라질 헤알화 가치 역시 7.04% 내렸으며, 인도 루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경우 각각 5.20%, 3.43% 각각 절하됐다. 우리나라 원화는 1.82%가량 절하됐다.

통화의 가치가 짧은 시간 하락한다는 건 나라 경제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투자자들이 그 나라 통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다시 말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투자 동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페소화는 불과 1년 전 달러당 15페소대에 거래됐고, 올해 초만해도 18페소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러당 22~23페소 수준까지 급락했다. 우리나라도 20년 전 외환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백기를 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IMF에 300억달러(32조3700억원) 규모의 탄력대출을 요청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IMF와 자금 지원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단박에 연 40.0%로 인상하며 자금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자국 통화가 망가지면(환율이 상승하면) 곧장 타격을 받는 게 물가다.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25.4%까지 치솟았다. 2%가 채 안 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아르헨티나의 물가가 얼마나 살인적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다. 그 다음 타깃은 터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미 시장에 파다하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신흥국발(發) ‘도미노 위기설’이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마저 고공행진을 하며 신흥국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는 배럴당 7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당초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급등세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이들 국가의 부도위험지표가 상승하는 것도 위기설과 무관하지 않다. 8일(현지시간) 터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37.12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9일(238.39bp) 이후 최고치다. 브라질(190.13bp) 역시 지난해 10월2일(190.50b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나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신용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와 기업의 부도 가능성 혹은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도 함께 오른다

“금융불안 재차 확대될 수도”

이같은 위기설은 미국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달 기준금리를 또 인상할 게 유력하다. 어느덧 2.00%를 향해 가고 있다. 돈의 흐름은 자연 금리가 높은 미국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속도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파르다보니,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의 테이퍼링(긴축) 언급에 따른 ‘테이퍼 탠트럼’ 우려까지 나온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에 육박한(8일 기준 2.9783%) 것도 당초 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속도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 등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아르헨티나의 투자 심리가 재차 악화돼 금융 불안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73개월째 공고한 데다 외환보유액도 4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만큼 20년 전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10년 만에 금융위기 충격이 와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중국,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국들과 ‘외환 안전판’ 통화스와프 계약도 잇따라 체결한 상황이다.

다만 신흥국들이 비틀거리면서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제금융학회장인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외환 부문은 건실하게 평가되고 있다. 신흥국발 위기설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본다”면서도 “개발도상국 전반의 경제가 안 좋아질 경우 교역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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