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24일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 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선 10% 관세율만 부과한 후, 내년 1월 1일부터 25%로 올릴 예정이다. 한 익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료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관세율 25%를 내년까지로 연기한 이유는 미국 기업들이 이에 대비해 공급체인을 변경하고 적응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 품목은 5745개로, 지난 7월 발표 때보다 286개 줄었다. 6주간의 공청회 기간을 통해 스마트 워치, 블루투스 기기, 유아 안전용품 등이 추가로 제외됐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한 중국산 제품 규모는 2500억달러(281조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수입규모(5055억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만일 보복 조치를 강행하면 2670억달러(300조원) 중국산 제품에도 추가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 장벽을 쌓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미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길 경우, 즉각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5~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무역전쟁의 확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 세계 자유무역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중국은 부득이 반격을 진행할 것”이라며 보복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이 중국에 제의했던 무역협상 역시 성사되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27~28일 워싱턴DC에서 무역협사을 펼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베이징 소식통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추가 관세 계획을 발표한 만큼, 무역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입장에선 유일한 협상 참여 조건은 ‘미국이 중국에 충분한 호의를 보이고 있는가’ 였는데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호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비관세 영역으로 무역전쟁을 확대하면 미국 역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난했고 지난달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아주 강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톰 올릭 블룸버그 수속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부터는 소규모의 무역 국지전(skirmish)이 아니라 총알이 날아다니는 진짜 무역전쟁으로 바뀔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세계 경제 전망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게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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