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악연에 화해의 손길 내민 전두환

25일 YS 빈소 찾아 “고인의 명복 기원한다”
79년부터 95년까지 일진일퇴 주고받으며 맞서
YS 3당 합당 오명 씻으려 전 전 대통령 단죄
  • 등록 2015-11-25 오후 5:33:44

    수정 2015-11-25 오후 5:33:44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조문을 망설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빈소를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서거하자, 바로 다음날 찾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영결식을 앞둔 전날 조문했다.

방명록에 이름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고 짧게 적었다. 두 사람은 과연 화해를 한 것일까.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 전 대통령측은 “형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고 우리와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화해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악연은 멀리 19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10·26 사태 후 서울에는 봄이 왔다. 정치적 해빙기를 맞은 것이다. YS와 DJ, 김종필 자민련 총재(JP) 등 ‘3김’은 기지개를 켜며 헌법이 개정돼 대통령 직선제에 의한 정통성있는 민주정부가 수립되기를 희망했고, 후보로 나설 요량이었다.

봄은 짧았다. 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12·12 쿠데타로 민주화를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YS는 가택연금을 당했고 DJ는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YS가 가택연금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성명서가 공개됐다. YS는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동아일보에 공개한 성명서에서, “(신군부는) 나의 충고를 듣지 않고 계엄통치를 강화하다 쿠데타적 5·17 폭거(비상계엄)를 저질러 오늘의 사태를 자초했다. 아무리 강한 정부도 강권으로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83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연금 상태에서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목숨을 걸고 신군부에 맞선 것이다.

군사정권에 온 몸으로 저항했던 YS가 1987년 야권 후보단일화 실패로 인해 군정종식이 무산되자 1990년 변절, 야합이라는 비난을 들으며 군정세력과 손을 잡고 민주자유당을 창당했다.

대표적인 현역 상도동계로 꼽히는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에 나와 “(김 전 대통령은) 1989년 3당 합당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어하셨다”며 “(최측근인) 최형우 (내무부) 장관조차도 그 당시에는 그걸 반대했고 (김 전 대통령이) 끝까지 설득시켜서 함께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힘들어 하셨다”고 회고했다.

YS가 3당 합당으로 가장 힘들어했다면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3당 합당을 통해 비로소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 있었다. 신군부를 괴롭혔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12·12쿠데타 시비를 비켜갔다.

YS가 93년 문민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YS는 3당 합당 오명을 씻어내려는 듯 취임초부터 역사 바로세우기를 밀고 나갔다. 1995년에는 5·18민주화운동 특별법을 제정한 후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한 후 법정에 세웠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경남 합천까지 내려가 저항했지만 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 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든 치욕이었다. YS가 정권말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했지만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사라진 상태였다.

YS는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과 전 전 대통령을 함께 초대한 자리에서 “전두환이는 왜 불렀노. 대통령도 아니데이. 죽어도 국립묘지도 못 간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 두 사람 사이에는 앙금이 깊은 것이다. YS를 조문한 전 전 대통령이 진심어린 화해를 할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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