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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방성훈 기자] 미국 경제의 호황은 단지 부러움의 대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흥국의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성향이 한층 강해졌다. 당장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1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우리 경제의 상황이 심각한 건 아니다. 당장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만큼 금리 차가 커질 수록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뇌관이 될 수 있다.
한·미 금리차 0.50%P…11년來 최대
미국 연준은 12~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1.50%)와의 차이가 0.50%포인트로 확대됐다. 10년11개월 전인 2007년 7월 당시와 같아졌다.
과거 기준금리 역전 시기는 두 차례였다. 1999년 7월~2001년 3월과 2005년 8월~2007년 9월이다. 2000년 한때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1.5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미국은 6.50%였는데, 한국은 5.00%였다. 2차 역전기인 2006년 5월부터 4개월간은 1.00%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때는 미국이 5.25%, 한국이 4.25%였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아직 튼튼한 편이다. 정책당국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금리만 보는 게 아니다”라며 “성장률 같은 경제 전반의 흐름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당국은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다고 판단이 강하다. 자본 유출 우려는 기우(杞憂)라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덕에 원화 자산 전반의 투자 매력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조건은 △금리 차이 △통화가치 차이 △펀더멘털 차이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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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發 금융 불안, 최대 위험 ‘부상’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서 “금리를 한 두 번 인상하는 자체로 자본 유출이 촉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경계심을 갖고 볼 것은 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줄 거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국에 이어 유럽마저 긴축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으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신흥국에 유입될 경로는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인상 사이클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걱정거리다. 연준은 올해 두 차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두 차례 이상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3.00%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연준의 긴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사상 최대 역전 폭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은 잠재된 위험이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면 점점 어려워진다”며 “신흥국들은 서로 동조성을 보이는데, 다른 신흥국에서 돈이 빠져나가면 우리나라에 전염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당장 반응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5.35포인트(1.84%) 하락한 2423.48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