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신중함' 지운 韓銀…둔화 우려 속 속도는 '미지수'(종합2보)

'기준금리 내달 인상' 사실상 못박아
이주열 총재 "美 금리인상 영향 주의"
금통위원 7명 중 2명 '인상' 소수의견
한은만 결심하면 내달 인상 가능해져
경기 둔화에 내년 추가 인상 미지수
  • 등록 2018-10-18 오후 6:50:19

    수정 2018-10-18 오후 6:50:19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 11월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겠지만, 내년 통화정책방향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언급은 이렇게 요약된다. 11월 금통위 때 1.75%로 올릴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통화정책을 통해 금융안정을 도모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금통위 내에서 동결이 아닌 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도 2명 등장했다. 소수의견이 2명 나온 건 한은이 콜금리로 통화정책을 변경한 지난 1999년 이후 14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이다.

“美 12월 금리인상 국내 영향에 유념”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시종일관 ‘금융안정’을 키워드로 진행됐다. 한은법상 통화정책 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중 후자를 더 신경 쓰겠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누증이 심화하고 미국과 금리차(현재 0.75%포인트)가 벌어지는데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종전보다 금융안정에 더 역점을 둬야 할 상황”이라고 콕 집어서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정부의 노력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것이어서 가계부채 증가율은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화당국도 금융안정 리스크를 유념해야 할 단계”라고도 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도 인상 기조를 지속하면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늘 유념하고 있다”고 했다. 내외 금리 차가 외국인 투자자금의 향방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통화가치 차이 △펀더멘털 차이 등도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역전 폭이 확대될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한은이 올해 동결로 일관할 경우 1.0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는 탓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1.00%포인트를 ‘우려할 만한’ 격차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2명이 소수의견을 낸 것도 인상 의지를 드러낸 방증이다. 소수의견은 7명의 금통위원 중 일부 위원이 기준금리 결정 사항과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다. 2명이 소수의견을 동시에 낸 건 2015년 3월 금통위 이후 3년7개월 만이다. 당시 기준금리는 인하됐는데, 정해방 위원과 문우식 위원은 동결을 주장했다. 한은이 1999년 5월 콜금리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20년 가까운 기간 중 2명이 소수의견을 낸 건 이번이 14번째다.

소수의견은 통상 기준금리 변경의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만 마음을 먹으면 4:3으로 곧바로 인상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판단 문구도 매파적으로 바꿨다. 8월만 해도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신중히’ 문구를 뺐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하는 단계가 가까워진 것”이라고 했다. 다분히 의도된 수정이었다는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파(통화긴축 선호)에 가까운 회의였다”고 판단했다.

한·미 금리差, 재역전 하기엔 역부족

다만 우려되는 건 내년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0.2%포인트 하향했고, 내년 전망치도 2.7%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큰 변화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통화정책방향문 표현이 당초 ‘견실한 성장세’에서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로 바뀌었다. 성장세가 예상을 밑돈데 따른 수정으로 보인다.

이같은 경기 둔화 조짐에서 한은이 인상 기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많아야 1~2번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인식이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의 긴축 속도는 내년에도 가파를 가능성이 높다. 한은 뉴욕사무소의 최근 설문 결과, 주요 투자은행(IB) 16곳 중 5곳은 내년 4회 인상을 점쳤다. 상단 기준으로 3.50%에 이른다. 3회 인상을 점친 IB도 4곳이나 됐다. 한은 통화정책은 갈수록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시장도 이에 반응했다. 서울채권시장에서 한은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2bp(1bp=0.01%포인트) 하락한(채권가격 상승) 1.98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8일(1.980%)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기물인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4.8bp 내린 2.293%에 마감했다. 또다른 시장 인사는 “연내 인상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내년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11월 인상에 나선 이후 내년 밑그림을 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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