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국가흥망 '병력보다 결속'에 달렸다

  • 등록 2017-03-08 오전 6:00:00

    수정 2017-05-21 오후 3:33:50

김병일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이달 초 중국의 주자 유적지를 다녀왔다. 사드문제로 한중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나 할 일은 해야 한다는 평상심(平常心)으로 다녀왔다. 퇴계선생의 선비정신을 세상에 전파하고 있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자원봉사 어르신 60명과 함께한 수학 여행인 셈이었다 4박5일에 걸쳐 복건성 무이산에 있는 무이구곡과 무이정사를 거쳐 강서성 여산(廬山) 자락 백록동서원을 답사하면서 그가 남긴 삶과 학문을 현장감 있게 공부하였다.

그런데 이번 답사 중 주자유적지보다 오늘의 우리들에게 더 의미 있는 역사현장을 찾아 보았다. 그것은 백록동서원을 품고 있는 천하명산 여산 정상(해발 약 1,600m) 가까이 있는 담판대(談判臺)라는 곳이었다. 중국정부가 최근에 세운 이 담판대의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있어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946년 7월 미국 대통령 특사인 오성장군(원수) 마샬은 여산에 들어와 국공내전을 종식시키고 국공합작을 주선하기 위해 국민당 정부 주석인 장개석을 면담했다. 마샬은 8번이나 찾아와서 이곳에서 장개석과 국공합작을 위한 담판을 벌였다고 한다.”

중국정부가 적장이요, 패장인 장개석 총통 관련 유적지를 이처럼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었다.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이 마샬 원수는 바로 그 이듬해 국무장관이 되어 마샬플랜을 세워 유럽의 전후 재건을 이끈 바로 그 사람이다.

왜 높은 산 정상에 위치한 이곳에서 두 사람은 담판을 했을까?

이곳에서 바로 한 시간 이내거리에 장개석 총통의 부인 송미령 소유의 별장이 있었다. 장개석 총통이 1934년부터 대만으로 물러난 1949년까지 여러 해 동안 자주 머물렀다고 한다. 별장에서 협상하다 교착상태에 놓이면 기분전환이 필요하였을 것이고 그럴 때 조망 좋은 이곳 담판대로 장소를 옮겨 협상을 이어갔으리라.

무엇을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었을까?

2차 대전 종전으로 일본이 패주 퇴각한 중국대륙의 통치를 둘러싼 문제였다. 중국 공산당과의 합작을 권유하는 미국의 입장과 중국대륙에서 정권을 오로지하려는 장개석 국민당정부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차이가 워낙 컸었고 쉽사리 좁혀질 수 없어 8차례나 이 산꼭대기까지 찾아왔던 것이다.

결국 미국의 파병지원을 받지 못한 채 당시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인 국민당정부는 경제력과 병력에 있어서 4배가 넘는 절대 우위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퇴를 거듭하였다. 3년이 지난 1949년이 저물어가는 연말께 중국 본토를 송두리째 내놓고 대만으로 물러난다.

이보다 몇 해 후에 일어난 한국전쟁에는 참전한 미국이 어째서 중국 내전에 미군 파병 등 직접 개입을 하지 않았을까? 미국은 국민당정부의 군사고문인 마샬 등으로부터 그 정부가 부패·무능하고 결속하지 못한 체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부의 결속이 전제 되어야 외부의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이처럼 엄연한 사실이다.

한나라의 성쇠 흥망은 경제력 병력과 같은 물리적 요인보다 국민의 결속과 단결 등 정신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을 우리는 그 이후 베트남의 공산화과정에서 또 다시 확인하였다.

오늘의 우리들은 어떤가?

100여 년 전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팽창 등 세상의 변화에는 눈을 뜨지 못하고 편 가르고 싸움하는데 밤낮을 지새우다 나라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구한말의 우리 선조들만 비난해서 되겠는가? 탄핵과 정권행방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대하고 더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영속 발전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선 우리 국민들을 더 골이 깊어지기 전에 한시 바삐 뭉치게 하는 것보다 더 가치 높은 것은 없다. 뭉치면 어떻게 되고 갈라서면 또 어떻게 되는가 역사에서 수없이 보았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고 윈스턴 처칠은 외쳤다. 어떤 영도자가 이 일을 해낼 것인가? 바른 안목을 가져야 바른 길로 이끌 바른 사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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